숭례문 ‘숨은 키’ 1.6m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땅 밑 1.6m에 묻혀 있던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의 원형이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숭례문 발굴조사를 통해 조선 전기 건립 당시의 숭례문 원형과 축조 방식 등을 확인하고 이를 30일 언론에 공개했다.

숭례문 육축(陸築·문루를 떠받치기 위해 돌로 쌓은 기초 시설) 부근 800㎡ 지역을 조사한 결과 땅속에 묻혀 있던 육축 석재와 조선시대 도로면 등이 발견됐다. 기초 지대석(址臺石)과 문지도리석(문을 고정시키는 바닥 돌) 등은 지표면보다 1.6m 아래에 묻혀 있었다. 따라서 육축의 높이는 현재의 6.4m가 아니라 8m였음이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숭례문 정면 동편 발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지표면 1.6m 아래에 묻혀 있던 육축과 기초 지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국립문화재연구소 최인화(29) 학예연구사는 “오늘날 아스팔트를 새로 깔 듯 조선시대에도 꾸준히 도로를 정비한 흔적이 나타난다”며 “조선 전기와 후기 사이에 반복된 포장을 거쳐 도로면이 1~1.4m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15~16세기 조선 전기에는 흙과 자갈을 다져 도로를 평평히 만든 뒤 회색 모래를 깔아 포장했다. 포장재에 2~5㎝의 작은 자기·도기편을 섞어 더욱 단단히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의 도로 포장 기술과도 흡사하다. 반면 17~20세기 조선 중·후기 도로는 회색 모래를 포장재로 쓰는 대신 넓은 박석을 깔아 정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숭례문 축조 방식도 밝혀졌다. 지반을 약 1m 깊이로 파낸 뒤 기초 적심석(積心石·채움돌)을 3~4단가량 넣고 그 위에 육축 지대석을 놓았다. 지대석의 앞에는 1.5~4.7m 두께로 앞채움 잡석을 채워 넣어 상부의 하중에 지대석이 밀리지 않도록 보강했다. 문화재청은 일련의 발굴 조사 성과를 숭례문 복구·정비의 기초 고증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2008년 2월 방화 사건으로 2층 문루가 소실됐던 숭례문 복구 공사는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