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발'… 그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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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들이 오고 있다. 최고의 꿈을 안고.

25일 오후 2시. 인천공항의 입국 게이트가 열리고 지네딘 지단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챔피언이 오는 것이다. '르 블뤼'(Le Bleu). 이탈리아를 '아주리'라고 부르듯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그렇게 부른다. 그들에게 푸른 빛은 꿈이겠지만 황금빛 찬란한 FIFA컵의 주인을 노리는 자들에게는 악몽일지 모른다.

축구와 함께라면 악몽조차 아름답다. 스타들이 함께 하기에. 지단 곁에는 티에리 앙리와 마르셀 드사이, 박박머리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가 있다. 그들에게서 왕관을 빼앗기 위해 또다른 별들이 동방(東方)을 향한 순례에 나섰다.

마침내 월드컵, 그 황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단은 영웅이다. 오직 그만이 앙리 드 로네이즈컵(유럽선수권 우승컵)과 FIFA컵(월드컵 우승컵)을 모두 안아 봤다. 주스티 퐁텐도, 미셸 플라티니도 이루지 못한 위업.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올시즌 챔피언스컵 우승으로까지 이끈 지금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누군들 지극한 기쁨을 원치 않으리. 하물며 4년 전 프랑스에 권좌를 내주고 와신상담해온 브라질임에랴.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예사로운 마음으로 여객기에 몸을 실었을까. 26일, 비행기는 영종도 활주로에 고단한 몸을 내릴 것이다.

언제나 우승후보였고 번번이 좌절했던 스페인은 가장 이른 21일 한국 땅을 밟는다.'마드리드의 보석' 라울 곤살레스를 앞세우고. 그들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이 되어 줄까.

태극 전사들의 시선은 세 무리의 전단(戰團)을 굽어보리라. 폴란드와 미국, 그리고 포르투갈. 16강 진출의 비원을 간직한 한국 축구의 운명을 걸고 반드시 돌파해야 할 D조의 파트너들도 그들만의 꿈을 꾼다.

한국의 첫 상대 폴란드는 23일, 미국은 24일 여장을 푼다. D조 최강 포르투갈은 개막 하루 전날인 30일, 가장 마지막으로 입국한다. 거기 루이스 피구와 누누 고메스, 후이 코스타가 있다.

바다 너머에도 별은 뜬다. 21일 서귀포에서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잉글랜드는 25일 일본으로 건너간다. 데이비드 베컴은 발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마이클 오언은 절정이다. 지난 16일 일본에 도착해 적응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도 긴장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훈련장은 온통 물빛이었다. 일본의 팬들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에르난 크레스포·후안 베론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했다. 죽음의 계곡(F조)에서,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역사를 통해 구원(舊怨)으로 점철된 잉글랜드와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회전을 치르리라.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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