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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장승 기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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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맘먹고 '무서운 표정의 장승'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뛰어 월드컵 16강에 꼭 진출하길 두 손 모아 빕니다."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에 있는 대전월드컵 경기장의 동쪽 출입구에 명물로 등장한 '천하 대장군'과 '지하 여장군'을 깎아 지난 18일 기증한 방유석(方宥錫·43·충남 예산군 삽교읍 송산리)씨.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13년째 장승을 조각해온 方씨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기간에 우리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대전시가 문화사업의 하나로 경기장에 장승을 세우기로 하자 한푼도 받지 않고 제작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장승은 높이 5.1~5.5m, 둘레 3.9m이며 다른 것들에 비해 인상이 강렬하다.

方씨는 약속한 직후 미국에서 소나무를 들여와 2개월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작품을 완성했다. 총 경비는 1천2백여만원.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적 의지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죠. 장승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뜻도 담았습니다."

그는 이달 안에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앞에도 장승 세개(비용 3천여만원)를 세운다. 물론 자비를 들여서다.

方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3년간 안동 하회탈 제조법을 배웠으며 1990년 장승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94년부터 7년간은 오대산 속에서 부인(27)과 단둘이 살며 장승 제작에 몰두했다. 지금까지 6백여개를 만들어 전국 곳곳에 전시했다.

98년 12월 강원도 낙산해수욕장에서 해맞이 장승전시회를 열었고 그 이듬해 5월엔 국내 최대 규모(높이 11m)의 장승을 만들어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장승공원에 세웠다.

方씨는 "장승이야말로 세계에 널리 알릴 만한 자랑스런 우리 문화"라며 "앞으로 장승학교를 세우고 많은 작품을 전국 곳곳에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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