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부문 부채 500조원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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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개인부문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와 영세사업자, 민간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개인부문 부채는 501조9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2% 늘었다. 개인부문의 부채 증가율은 1분기 0.6%, 2분기 1.3%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한은은 3분기에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대출이 6조원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했다.

개인부문의 금융자산도 9월 말 현재 1041조6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2% 증가했다. 개인부문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2.08배 많았다. 그러나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 지표는 2001년까지 2.4배 안팎이었으나 2002년 이후 카드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낮아졌다.

특히 개인의 부채에 대한 금융자산의 비율이 미국은 3.43배, 일본은 4.11배인데 우리나라는 2.08배에 불과해 자산에 비해 과중한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의 금융자산 운용 내역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79.1%를 현금이나 은행 등의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이 비율이 42%에 불과했다. 반면 주식.채권 투자 비율은 한국이 17.1%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54.7%에 달했다. 금융상품의 선호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3분기에 개인들은 은행 예금을 2000억원 줄인 반면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농수협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금융회사 예금을 7조원이나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의 개인 대출도 2분기 2조원대에서 3분기엔 3조원대로 증가했다.

기업 활동이 활발한지를 보여주는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3분기 중 15조6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3조2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는 상반기 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 6월에 빚을 줄였다가 3분기에 다시 늘린 영향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기업의 은행 대출은 3분기에 1조100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금리가 높은 보험사.종합금융사.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은 2조2000억원 늘어났다. 또 만기가 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1조원 줄어든 반면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 발행이 2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연헌 차장은 "3분기 자금흐름을 보면 은행권은 기업보다 개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해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가 은행에서 비은행이나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내수 침체와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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