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갖가지 표정에 성형수술까지 업그레이드! 나의 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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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오늘은 한번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볼까?"

"엄마 나이를 생각하셔야지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 사는 주부 김란(42)씨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12)과의 대화가 부쩍 잦아졌다. 아바타의 의상·액세서리를 둘러싼 서로간의 '논쟁''품평회' 때문이다.

김씨는 "한달에 5천~6천원이면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찢어진 청바지''공주 의상' 등 현실에서 입기 어려운 각종 아이템으로 잠재 욕구를 해소할 수 있어 좋다"며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소띠 동호회 회원 40여명 거의가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의 박진환 사장은 2개의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다. 주중에는 넥타이에 노트북 PC를 든 전문경영인의 모습을, 주말에는 긴 머리에 긴 칼을 들고 있는 무협영화 주인공 모습을 사용한다. 박사장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주말에는 학창시절의 연극 경험도 떠올리고 확실히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협 주인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사이버 분신인 아바타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10대가 대부분이던 아바타 고객층은 초등학생·주부·중장년층은 물론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아바타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가지 아이템이 새로 선보이는 등 고객 확보를 위한 업체들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네오위즈가 2000년 말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아바타 붐이 불붙은 지 불과 1년반 만의 변화다.

◇첨단 아바타가 뜬다=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새로운 아바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MBC는 이달 초 방송과 결합한 3차원 아바타 서비스 '아바타 월드(avatar.imbc.com)를 열었다.'상도' 등 실제 방송세트 모양을 옮겨 제작한 '가상월드'에 아바타가 입장해 다른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걷기·울기 등 다양한 표현을 하고 음악도 듣는다. 마케팅팀 김지수씨는 "현재 가상월드가 3~4개지만 앞으로 토론회 등으로 활동무대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사이트 다모임(www.damoim.net)은 이달 중 '셀프 아바타'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네티즌이 아바타 의상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회사의 심의를 거치면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다.

세이클럽(www.sayclub.com)은 지난달 말 미국 마텔사와 제휴해 '보비 인형'아바타를 선보였으며,대원엔터테인먼트는 외부 업체와 제휴, 애니메이션 작품을 아바타 의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한미르(www.hanmir.com)는 이달 초 크기 조절과 동작 연출이 가능한 '플래시 아바타'을 선보였다. 프리챌(www.freechal.com)은 오프라인의 패션 경향을 반영한 아바타몰, SES 등 연예인 아이템몰을 열었고 앞으로 뮤직비디오와 연계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MSN(chat.msn.co.kr)의 아바타 명함 서비스, 실물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실사(實寫)아바타' 등도 인기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수진씨는 "최근에는 사람이 혼자 나오는 것보다 애완동물·자동차 등과 함께 나오는 아바타가 인기"라고 말했다.

◇생활 속에 파고드는 아바타 문화=아바타는 2000년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온라인 종이인형'에 옷을 갈아입히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오프라인 아이템과의 결합에 이동성 부여, 표정 표현, 성형수술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한 아바타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에 이 옷 저 옷을 입혀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프라인에서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들어서는 모바일 아바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 소장은 "네티즌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아바타가 시작됐으나 이제는 채팅뿐 아니라 e-메일·게임 등 인터넷 활동의 중심이 됐다"며 "아바타를 가꾸지 않으면 친구들이 상대해 주지 않는 등 아바타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하나의 '압력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아바타를 꾸미는데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려는 청소년들의 과소비 등 부작용도 지적된다.민소장은 "오프라인에서의 경제력을 온라인까지 연결해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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