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진강 참게 또 씨말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임진강과 한탄강의 명물 민물참게(사진)가 다시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민물참게가 최근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행락객과 일부 주민들이 어린 민물참게들을 싹쓸이식으로 잡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8년부터 민물참게 방류사업을 해온 자치단체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과 전곡읍 지역의 한탄강 10여㎞ 구간과 주변 농로 등에는 이달 초부터 어린 민물참게가 떼지어 강 상류와 강변·논바닥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는 2년 전 청산면 궁평리 소재 연천댐이 철거되면서 민물참게 이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하류의 하천 수량이 많아지면서 한탄강물이 깨끗해졌고, 한탄강 하류의 임진강에서 4년 전부터 꾸준히 실시해온 민물참게 치어 방류사업도 한몫 하고 있다.

그러나 민물참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한탄강 일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물참게를 잡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특히 농업용 및 식수용 보(洑)가 설치된 청산면 장탄리 고탄교와 전곡읍 전곡리 보 주위에는 밤이면 손전등을 이용한 민물참게잡이의 명소가 돼 버렸다.

이들은 잠자리채를 이용해 몸 길이가 2~3㎝의 어린 게까지 닥치는대로 잡고 있다.

맑은연천21 이석우(錫雨·44) 사무국장은 "민물참게 치어를 모두 잡아버리면 가을철 민물참게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이 타격을 입고 하천 생태계도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 집단 서식한 임진강·한탄강의 민물참게는 속이 찬 데다 영양가가 높고 맛이 담백해 게장·매운탕용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10년간 수질오염으로 자취를 감췄다. 민물참게는 5월 초 임진강을 따라 한탄강까지 올라온 뒤 10월 중순께 산란과 월동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화도 인근으로 돌아간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