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관 "보직해임 무효" 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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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광웅 국방부 장관(右)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 회의에 참석, 군 검찰 파문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육군 장성 인사비리 의혹에 관한 수사 상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보직해임된 국방부 검찰단의 검찰관들이 21일 "보직해임은 원천 무효"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군 검찰관들이 보직해임을 자청했지만 '군기문란' '지휘체계 혼란'등 징계성 보직해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보직해임된 군 검찰관들은 "보직해임 사유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고, 국방부에서 보직해임을 시킬 수 없는 육본 소속의 파견 검찰관까지 해임했다는 점에서 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향후 국방부에서 징계조치를 하면서 육군으로 복귀할 것을 지시한다면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불법 행위의 책임을 물을 공식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에 보직해임 무효를 요구하는 인사소청을 제기하거나, 자신들을 수사상황 유출자로 거론한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 검찰관들은 지난 20일 열린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이미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또 "우리가 언제 자청해서 언론을 만나 수사상황을 알려준 적이 있는가"라고 따졌다고 한다. 이들은 심의위원회가 끝난 오후 10시쯤에는 국방부 공보관실을 찾아 "수사상황을 유출한 파렴치범으로 몰지 말라"는 항의도 했다. 그러면서 즉각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국방부의 규정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브리핑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군 검찰관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지만 국방부도 단호한 모습이다. 국방부는 군검찰관들을 보직해임한 지 하루 만에 새 수사진 6명을 임명했다. 장교 4명과 수사관 2명을 투입해 수사를 재개토록 한 것이다.

이제 보직해임된 군 검찰관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지난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대해 여론이 나쁘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군 검찰관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수사진의 수사 방향도 관건이다. 새 수사진에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다. 구속된 중령 두명은 오는 28, 29일로 구속기일이 끝난다. 새 수사진은 이때 기소를 하면서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수사가 마무리 국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21일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에선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더라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육군본부에선 새 수사진이 육본 L준장에 대해 다시 사법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보직해임된 군 검찰관들은 국방부 수뇌부가 L준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는 등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새 수사팀이 봐주기 수사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L준장을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육본 지휘부가 반발,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병건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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