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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화학적 거세법’ 도입할 필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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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도 못 돼 7세 여자 어린이가 대낮에 자기 집에서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폐쇄회로(CC)TV가 한 대도 없는 동네, 거기다 부모가 맞벌이 나가 혼자 있는 아이를 계획적으로 노렸다고 한다. 그동안 무수히 쏟아내 놓은 대책들이 별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전자발찌 착용 기간과 대상을 늘리는 등 수많은 해법을 동원했지만 도무지 백약(百藥)이 무효인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을 극악무도한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국회에서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을 검토 중인 건 그래서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방안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이 대개 소아성애증(小兒性愛症)의 특성을 지닌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병을 가졌다면 20, 30년 징역형에 처한들 출소하기 무섭게 욕구를 채우려 들 테니 말이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인권(人權)을 과하게 침해하는 것이란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들에게 짓밟혀 평생을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중론이다. 한 명당 연간 300여만원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든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되지만 아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만 미국·덴마크 등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외국의 전례를 볼 때 몇몇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 투입기간이 끝나자 곧장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나왔다.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를 찾아내 한 달 내지 몇 달에 한번씩 꾸준히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화학적 거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 절차가 원만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법 시행 이전에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