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분양도 불법'시장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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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검찰이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대행을 맡았던 MDM 사장 문주현(44)씨를 선착순 분양 이전에 67가구를 빼돌려 분양한 혐의로 구속하자 부동산 분양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일반아파트를 제외한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대부분 부동산 상품에서 관행화돼 있는 사전 분양방식을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크뷰처럼 주상복합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상가 등은 주택건설촉진법에 주택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순위에 따라 분양하도록 정한 일반아파트와 달리 주택업체가 마음대로 분양방식을 정할 수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보통 인기가 없는 저층은 선착순으로, 고층(로열층)은 공개청약을 통한 추첨 방식으로 분양해 왔다.

특히 文씨의 경우처럼 신문 등을 통해 선착순 또는 공개청약 방식으로 분양한다고 광고해 놓고도 지인(知人)과 DM 발송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 등에게 정식 분양에 앞서 미리 동·호수를 지정해주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층 또는 공무원 등 이권과 관련된 사람이나 시공·시행사 임직원의 친인척들이 로열층을 분양받아 전매로 웃돈을 챙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 1월 서울 용산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모 업체는 자사 직원들에게 로열층을 사전분양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1999년 분양 당시 공개 청약이나 선착순 방식이 아니라 아예 회사측이 미리 정한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견본주택을 보여주고 분양하기도 했다.

A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도심권, 분당 등의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대부분 로열층을 빼내 신세진 사람에게 사전에 분양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서울 강남에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을 하는 金모(40)씨는 "지난해 분양한 서울 잠실 G, 서초동 A아파트 등 투자가치가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은 모두 선착순 분양 전에 물량을 빼돌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때문에 文씨처럼 사전분양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C분양대행사 朴모 사장은 "법적으로 분양방식이 자유로운데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분양을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상 사전분양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선착순이나 공개청약을 하지 않고 그냥 아는 사람에게만 분양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분양을 하려던 서울 강남권 K주상복합과 H오피스텔 등은 분양방식을 바꾸기 위해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주상복합·오피스텔 등에도 새치기 등을 없애고 누구나 청약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일부 계층만 로열층을 받을 소지가 많은 사전분양제도를 감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건물을 지어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개청약을 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게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에도 공개청약방식을 도입키로 하고 국회에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있는 상태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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