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4개로 쪼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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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제2의 거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를 4개로 쪼개 각각 독립해 살자는 청원운동이 거세다. LA시 북부의 샌 퍼낸도 밸리, 중부의 할리우드, 남부의 하버 등 3개 지역 일부 주민은 "시가 치안·소방 등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며 분리운동을 펴고 있다.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분리주의자들은 "LA시의 덩치가 비대하고 중앙집권적이어서 모든 지역이 고른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 바에야 작지만 효율적이고 튼튼한 도시를 새로 만들어 자치(自治)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퍼낸도 밸리 분리청원서를 5년 전 제출한 '밸리 보트'라는 시민단체는 "분리하면 세금을 연간 3천만달러 줄일 수 있고, 치안 등 대민 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으며 연간 1억2천만달러 가량의 흑자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LA시의 올해 적자는 2억5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할리우드의 분리주의자들은 "현재 시의원 1명이 주민 23만명을 대표하지만 분리되면 이를 3만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책임감 있고 질높은 행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항구지역인 하버에서는 "항구에서 많이 거둬들이는 세금을 이곳 아닌 다른 곳에 쏟아붓는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분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탄력붙는 분리운동=밸리·할리우드·하버 주민들의 청원 심사에 착수한 LA시 지역구성위원회(LAFC

ON)는 최근 분리의 필수 절차인 재정(財政)평가에서 합격점을 줬다. 자립능력이 입증됐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법(州法)에 따라 앞으로 투표를 통해 분리를 원하는 지역의 주민과 시 전체의 유권자로부터 각각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하기만 하면 이들 지역은 새 이름을 가진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LAFCON의 한 관계자는 "이 투표는 오는 11월의 중간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분리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LA 타임스가 지난 3월 밸리지역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5%가 분리에 찬성했다. 반대는 36%. LA시 인구의 40%, 세수(稅收)의 30%를 차지해 분리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밸리 주민의 이런 태도는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 전체로도 밸리 분리를 찬성하는 사람이 46%(반대 38%)로 전년보다 10% 포인트 증가했다. 3개 지역이 떨어져 나가면 LA시의 인구(3백70만명)는 절반으로, 면적은 40%로 줄어든다.

◇시에선 반대=LA시 당국은 단호히 반대한다. 제임스 칸 시장은 "무모한 발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세수의 비중이 큰 밸리의 분리에 특히 반대한다. 칸시장은 "5백만달러를 모금해 반대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또 '라치몬트 마을협회' '핸콕 공원 이웃협회' 등 많은 시민단체도 "분리한다고 사정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LA라는 이름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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