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출판사 김낙준 회장> - 전집·사전 집착 버리고 학습지에 승부 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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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출판업도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살 수 없습니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김낙준(70·사진)회장의 말이라 좀 달리 들린다.

1965년 설립돼 불혹(不惑)을 앞둔 이 회사는 우리나라 전집류나 사전·학습류 서적의 대명사다. 국어대사전·세계문학대전집·기본학습 학생대백과·조선왕조 5백년·과학만화 시리즈 등 교육출판 외길의 사명감이 없었다면 외면했을 법한 책들만 골라 꾸준히 펴내 왔다.

6·25전쟁 때 대구에서 책방 점원을 하면서 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어린이 첫걸음(4권)'이란 책을 펴내면서 출판업을 시작했다. 이후 국민의 지식과 교양에 도움이 되는 양서만을 고집했다.'기업 이미지가 너무 보수적이지 않느냐'는 시각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그런 金회장이 고희(古稀)를 맞아 조용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학습지 사업.

97년 말 '푸르넷'이란 이름으로 학습지 시장에 뛰어든 뒤 인터넷 학습지 시장에선 최다인 2만여명의 온라인 회원을 확보했다.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차별화 방안으로 학습지 교사가 어린이들을 한 주일에 네번씩 모아 가르치는 '공부방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글·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유아용 언어 교재 '크니크니'를 출시했다. 이런 노력으로 학습지 매출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金회장은 3년 안에 회사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30년 넘게 무차입을 고수하다 수년 전 이 원칙을 깬 것도 변신과 성장을 위한 집중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명감 없이 출판을 하기 어렵지만 이젠 매출·수익을 늘리는 쪽에도 더욱 신경을 쓸 참입니다. 교육 전문 출판사의 전통을 살리면서 21세기 지식사회에 걸맞은 젊은 출판사로 거듭나는 길을 찾아야지요."

그는 98년 한국출판금고 이사장을 맡은 뒤 사재를 털어 금성출판문화재단을 설립하는가 하면, 책읽기 운동 등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도 힘쓰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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