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새 권력구도] 진용 갖춘 한화갑대표체제|동교동 구파 당직서 거의 배제 당내선 DJ黨 이미지 탈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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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에 신주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를 축으로 한 동교동계 신파와 이른바 '쇄신파'들이 당의 중심에 자리잡은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후보측 인사들이 합류했다.

권노갑 전 고문이 중심이었던 동교동계 구파는 權전고문의 구속 등으로 무대 위에서 사라졌다.

7일 마무리된 당직 인선에서 주목할 부분은 당의 무게중심이던 동교동계 구파가 무대 위에서 완전 자취를 감춘 점이다. 대신 그 자리에 동교동계와 거리를 둬왔던 초·재선의 쇄신파가 들어섰다. 고위 당직자는 "'민주당=동교동' 이미지를 털고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신주류=추미애(秋美愛)·신기남(辛基南)최고위원의 지도부 합류에 이어 이호웅(浩雄·조직위원장)·이종걸(鍾杰·인권특위위원장)의원이 실무라인에 배치됐다.

이들은 정동채(鄭東采·후보 비서실장)·천정배(千正培·후보 정무특보)의원과 함께 지난해 당내 '정풍(整風)'파동 때 권노갑 2선퇴진 등 당 쇄신을 이끌었던 그룹에 속한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들의 전면 등장이 "후보-韓대표 체제의 개혁색채를 분명히 하면서 동교동 구파 및 김대중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는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韓대표는 일단 '조직'과 '자금'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조직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균환(鄭均桓)·이협(協)최고위원 등이 박양수(朴洋洙)의원의 유임을 적극 주장했지만 논란 끝에 각 계파에 두루 거부감이 적은 이호웅 의원으로 결정됐다. 의원은 韓대표 직계는 아니지만 개혁파로 韓대표와 가깝다.

'돈줄'인 후원회장은 정균환 위원에서 박상규(朴尙奎)의원으로 바뀌었다. 朴의원은 韓대표와 가깝고, 경선에서 '韓대표 만들기'에 참여했다.

또 이미 임명된 김원길(金元吉)사무총장은 韓대표의 경선본부를 지휘했고, 박병윤(朴炳潤)정책위의장은 韓대표의 목포고 동기다.

이종찬(鍾贊)전 국정원장과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각각 상임고문, 국가전략연구소장을 맡게 된 것도 韓대표의 추천이 작용했다.

후보의 오랜 참모인 이강철(康哲)씨는 영남선거기획단장에, 정윤재(鄭允在)씨는 정책위부의장에 내정됐다.

◇몰락한 동교동 구파=權전고문의 구속으로 구심점을 잃은 데다 경선 직전까지 대표를 했던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이 경선에서 4위로 처지면서 동교동 구파 사람들은 당직에서 거의 배제됐다. 구파의 핵심이던 김옥두(金玉斗)의원이 분당 파크뷰 분양 특혜 의혹을 받고 있고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김방림(金芳林)의원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權전고문·韓대표와 두루 가까운 박양수 조직위원장·조재환(趙在煥)연수원장마저 당직에서 물러나자 당내에선 "동교동계가 사실상 해체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구파 부위원장급 인사 1백여명은 최근 모여 "동교동계의 자연도태를 원한다면 당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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