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0년 만의 폭우’ 사망·실종 52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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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남부 지역의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중국 재해당국에 따르면 남부 22개 성·시·자치구에서 13일부터 2주째 계속되는 장대비로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이 떠내려가는 등의 홍수 피해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최소 379명이 숨지고 14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도 7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5~26일 광둥(廣東)·푸젠(福建)·저장(浙江)·윈난(雲南)성 등 남부 지역에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과 하천 둑이 붕괴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광둥성 일부 지역에선 지난 주말 하루 동안에만 800㎜의 비가 쏟아져 수십 개 마을이 떠내려가고 10만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아열대기후에 속해 강우량이 많은 광둥성은 소형 보(洑)와 제방 등 홍수 예방시설이 수천 개에 달한다. ‘100년 만의 대폭우’로 불리는 이번 비로 이 시설들이 붕괴 위기에 빠졌다.

현지 언론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시시각각 폭우 상황을 전하고 있다. 광둥성의 인터넷 뉴스사이트 난팡왕(南方網)은 27일 “이번 폭우로 광둥성 내 포양(陂洋)·네이후(內湖)·바팡(八万) 지역의 수십 개 제방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주민 6만 명이 고립 상태”라고 보도했다. 난팡왕은 또 “네이후에선 무너진 제방의 길이가 100m가 넘어 하천의 물이 인근 민가를 덮치고 있다”고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마을 전체가 물바다가 된 곳도 속출하고 있다. 광둥성 산웨이(汕尾)시 루펑(陸豊)현의 제방이 터져 마을 10여 곳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26일 보도했다.

광둥성 제양(揭陽)시 후이라이(惠來)현의 한 마을에선 26일 하루 동안 855㎜의 폭우가 내렸다. 이 지역에서 강우량 측정이 시작된 뒤 500년 만의 기록이었다. 21일부터 일부 제방이 무너져 하천물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장시(江西)성 푸허(撫河)에선 재난 당국이 건설장비를 동원해 제방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비가 멈추지 않아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터진 둑의 길이가 100m 이하로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비가 계속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집중 호우 지역의 주요 도로가 유실되거나 물에 잠겨 건설장비와 자재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복구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산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농경지 피해 규모는 4358㏊에 이르고 39만여 채의 가옥이 완전히 부서져 직접 피해액만 824억 위안(약 14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20일 광시자치구 우저우(梧州)의 홍수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6일에도 장시성 푸저우(撫州) 일대 피해 현장을 찾아 재해대책을 점검했다. 당정 지도부 인사들도 남부 지역을 돌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재해 복구 현장에 군 부대도 급파되고 있다. 장시성과 광둥성 등 홍수 피해가 큰 지역에 군 장비와 병력이 우선 파견돼 복구를 돕고 있다. 군의 신속한 지원으로 둑이 터졌던 장시성 창카이(唱凯) 제방은 27일 오후 복구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기상 당국은 남부 지역의 강우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0일간 지역별 폭우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폭우로 인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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