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꼽다’와 ‘꽂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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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수비수 사이를 뚫고 골문에 정확히 꼽아 넣은 그림 같은 프리킥!” 나이지리아전에서 나온 박주영의 골에 대해 설명하면서 ‘꽂다’가 와야 할 자리에 ‘꼽다’를 쓰는 이가 많다. ‘꼽아 넣은’이 아니라 ‘꽂아 넣은’이라고 해야 뜻이 통한다.

거꾸로 박히게 하다, 쓰러지거나 빠지지 않게 박아 세우거나 끼우다, 시선 따위를 한곳에 고정하다 등의 의미일 때는 ‘꼽다’가 아닌 ‘꽂다’를 사용해야 바르다. “지하철 등에서 이어폰을 꽂고 축구 중계방송을 즐기는 이도 많다” “그의 눈길은 온통 TV에 꽂혀 있었다”와 같이 써야 한다.

‘꼽다’는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 골라서 지목하다는 뜻이다. “월드컵이 며칠 남았는지 손가락을 꼽아 봤다” “박주영의 골은 프리킥의 모든 걸 보여 준 모범 답안으로 꼽기에 손색없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꼽다’와 ‘꽂다’를 혼동하다 보니 어떤 대상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꽂다는 의미로 ‘내리꼽다’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른쪽 코너킥을 강력한 헤딩슛으로 내리꼽았다”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내리꽂았다’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내리꼽다’는 말은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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