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연금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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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0년째 군부 통치가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57)여사가 6일 19개월간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다.

수치 여사는 이날 수도인 양곤의 자택을 나와 야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중앙당사에 도착,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나에 대한 규제가 철폐됐으며, 군사정부도 여행의 자유를 허용했다"며 "앞으로 군사정부와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정책 등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아웅산 수치 만세"를 외쳤다.

수치 여사는 1989년 당시 군사정부(국가법질서회복 평의회)에 의해 가택 연금돼 95년까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다. 91년엔 "미얀마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힘없는 자의 힘을 보여줬다"는 공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2000년 9월 군사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수도 양곤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다시 가택 연금됐었다.

◇연금해제 배경=연금해제·정치활동 허용은 유엔특사의 중재로 군사정부와 수치 여사·NLD측이 물밑협상을 벌인 결과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FP 통신은 "라잘리 이스마일 유엔 특사가 2000년 10월 이후 일곱차례에 걸친 비밀협상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군사정부 측은 이밖에 ▶구금된 야당인사 석방▶NLD 인정 등을 제시하고 수치 여사 측은 미국·유럽의회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완화에 노력하기로 하고 타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쌀 수출 1위국이던 미얀마(과거 버마)는 군부통치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백달러에 불과한 극빈국으로 전락했다.

◇"민주화 첫걸음"=AP 통신은 "연금 해제가 곧바로 민주주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정부가 야당의 정치활동 폭은 넓혀줬으나 총선·연정구성 등으로 정권을 나눠 갖는다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이스마일 특사는 "민주화와 국민화합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독립투사 아웅산의 딸인 수치 여사가 88년 '랑군(양곤의 옛 이름)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항쟁 과정에서 보여줬던 민주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홍준 기자

아웅산 수치 여사 연표

▶1945년:양곤 출생(미얀마 독립투사 아웅산의 큰 딸)

▶47년:부친 암살

▶60년:주 인도 미얀마 대사인 모친 따라 인도로 이주

▶64~67년: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전공(학사)

▶88년 3월:모친 간병 위해 귀국

▶88년 8월:군부독재 철폐·민주화 촉구 대중 집회에서 첫 연설, 무저항운동 전개

▶89년:당시 군사정부(국가법 질서회복 평의회)에 의해 첫 가택연금

▶90년:5월 총선에서 야당 압승·군사정부 정권 이양 거부

▶91년:노벨평화상 수상

▶95년 6월:가택연금 해제

▶2000년 9월:야당 집회 참석하려다 군사정부(국가평화발전평의회)에 의해 가택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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