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35분의 축구선수처럼…

중앙일보

입력

‘2010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에서 강팀으로 분류할만한 기준은 ‘현란한 기술’과 ‘탁월한 유연성’ ‘폭발적인 스피드’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다양한 전략·전술에 대한 수행능력’이다. 이 중 적어도 두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강팀이 될 수 없다. 수험생에 비유하면, 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훈련과 엔트리 선발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두 차례의 평가전(9월·11월 모의평가)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팀을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본선에서의 성적을 낙관할 수 없다.

■기술=우리나라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공중 볼 다툼에 사활을 건다든가, 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개인 돌파 전략을 구사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가장 효과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은 세트피스나 순간적인 역습이다. 무턱대고 정면대결을 펼쳐서는 득점은 커녕 실점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동안 성적과 성향에 따라 자신만의 학습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교과목에 흥미와 열정을 갖고 있는 수험생은 거의 없다. 이해력과 암기력, 응용력, 논리력, 창의력을 고루 갖춘 수험생도 극소수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성적을 면밀히 분석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필요하다면 비교과적인 요소(논술, 면접, 전공적성 등)에 대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유연성=축구든 공부든 사고와 행동이 경직되면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원리와 기본에 충실해 왔다면 이제는 변칙과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특히 중하위권 성적대의 학생일수록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영·수는 필수고, 탐구영역은 무조건 3~4과목 해야 한다는 등의 통념을 떨쳐내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진도는 나갈 수 없다. 학원 광고나 수험생 성공수기에 휘둘리다보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온다. 이제는 스스로를 믿고, 주어진 상황에 의연하고 유연하게 대처하자.

■스피드=한 발 빠른 공간이동, 한 박자 빠른 패스와 슈팅 없이는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수시를 정면 돌파할지 가볍게 패스할지 결정했는가? 논술이라는 교체멤버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는가? 특정 과목을 엔트리에서 빼기로 결정했는가? 결정했다면 지금 당장 움직여라. 머뭇거리는 순간 기회는 사라진다.

■체력=90분 내내 뛰어다니는 축구선수는 없다. 때로는 걷기도 하고 멈춰 설 필요도 있다.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힘과 순발력을 발휘하려면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상태를 바로 알아야 한다. 내 집중력은 몇 시간인지, 최소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기후에 얼마나 민감한지 등…. 고 3 여름방학이 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강박관념과 마지막 방학이라는 결연한 의지가 맞물려 많은 수험생들이 오버페이스를 한다. 적어도 11월까지 버텨낼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전략·전술=좋은 팀은 상대에 맞춰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상대팀(목표 대학·학과, 전형일정과 세부사항)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있다면 세부적인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공격진(정시·수시)은 원톱(예: 정시에 올인)을 세울 것인지 투톱을 세울 것인지, 미드필더진(수능반영영역)은 셋(예: 언·외·탐)을 기용할지 넷을 기용할지, 수비진(탐구영역 또는 비교과)은 스리백(예: 탐구 3과목)이 좋을지 포백이 좋을지 고민해 보자.

고교 3년을 축구경기 90분으로 잡으면, 지금 고 3은 후반전 35분 무렵을 달리고 있다. 부족한 재능을 탓하거나 그동안의 실점을 자책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너 골을 넣기는 힘들겠지만 한두 골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정선 이투스청솔 책임컨설턴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