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사 7명 LG배 8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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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2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천만원) 본선 16강전에서 유창혁9단이 중국의 위빈(兪斌)9단을 105수만에 불계로 꺾고 가장 먼저 8강에 올랐다.

이후 박영훈3단·조한승5단·이세돌3단·원성진4단 등 신예군단이 뒤를 이었고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도 8강 진출에 성공해 한국은 8강전에 무려 7명이 올라가는 싹쓸이 대회를 펼쳤다. 유일한 외국기사는 윤준상 초단을 꺾은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9단. 8강 대진은 조훈현-조한승, 이창호-유창혁, 이세돌-박영훈, 원성진-저우허양.

○…한·일 바둑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조훈현9단과 조치훈9단이 쌍방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조훈현은 4월 초 끝난 전기 LG배 결승전에서 유창혁9단에게 2대3으로 역전패당한 뒤 깊은 상처를 입은 듯 중요 대국에서 연전연패했다. 국수전 도전기에선 이창호9단에게 2연패해 타이틀을 상실했고 후지쓰배에선 중국의 쿵제(孔杰)5단에게 반집 지는 등 슬럼프 증세를 보인 것.

반면 조치훈은 2년 전 일본 3대 타이틀을 모두 잃고 무관으로 전락한 뒤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 싶었으나 그후 랭킹6위의 왕좌를 따내며 재기의 시동을 걸더니 최근엔 명인전 본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도전권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의 최대 약점은 세계대회에서 번번이 초반 탈락하는 것.

슬럼프를 털어버려야 할 조훈현이나 상승세를 놓치지 말아야 할 조치훈 모두 이번 대결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부란 두사람이 모두 이길 순 없는 것. 결국 조훈현9단이 중반 대추격에 성공해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LG배는 16강에 오른 조한승5단·원성진4단·이세돌3단·박영훈3단·윤준상초단 등 한국 10대 기사들의 활약도 단연 관심거리.

원성진4단은 중국1위 창하오(常昊)9단에게 흑으로 불계승했고 조한승5단은 일본 1위 왕리청(王立誠)9단을 백을 쥐고 3집반 차로 꺾었다.

박영훈3단도 중국2위 마샤오춘(馬曉春)9단에게 흑 4집반승을 거둬 한국 신예들은 세계최강자들을 연파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한편 프로입단 5개월 만에 당당 세계 24강에 오른 윤준상(15)초단은 첫판에 유럽선수를 만나는 대진운까지 따라줘 가볍게 16강에 올랐으나 중국의 저우허양9단에게 불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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