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영리 의료법인 문제 많다” 윤증현 “군불 계속 때면 언젠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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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먼저 말하겠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단호했다.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장에서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또 영리형 의료법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전 장관은 선수를 쳤다.

“그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도입할 경우 중소병원이 사라져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 말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이후 윤 장관은 영리병원을 다시 추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도 했다. 정부 안에서 재추진으로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한 터였다. 하지만 전 장관은 “국공립 병원 설립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재정이 어떻게 감당할지 다각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을 책임지는 윤 장관 옆에서 전 장관이 오히려 ‘재정 걱정’을 한 것이다.

전 장관은 이어 “일단 복지부에서 안을 마련하면 서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여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전에는 불허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최원영 복지부 기획조정실장도 작정한 듯 마이크를 잡았다.

“보완 방안이 만들어져도 관계부처 간 논의가 있어야 한다. 병원이나 약국에 비자격사가 돈만 가지고 와서 투자하는 영리형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반대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해묵은 숙제다.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할 수 있는 의료기관 설립을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에도 허용하자는 것을 뼈대로 삼고 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제한할 것이란 반대론과 정면 대치하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 안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자는 재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복지부 간의 신경전이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영리병원 도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찬반논리는 팽팽하게 맞선다.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도 사안의 복잡성을 설명해준다.

게다가 정부 출범 초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다시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래서 “윤 장관이 의욕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포기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윤 장관은 그러나 “멀게 느껴지지만 아직 군불을 덜 지펴서 그런 것”이라며 “군불을 계속 지피면 언젠간 뜸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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