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LG카드] "7700억 내라" "못내겠다"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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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당초 LG그룹에 요구한 것은 1조2000억원의 추가 증자대금 중 8750억원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LG그룹이 LG카드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사주는 방식으로 빌려준 1조1750억원 가운데 지주회사인 ㈜LG와 GS홀딩스 소유의 회사채 3000억원만 빼고 전액 출자로 전환해 달라는 얘기다. 금융에서 손을 뗀 ㈜LG와 GS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LG그룹이 완강히 버티자 채권단은 한걸음 물러서 7700억원은 출자전환해야 한다고 요구액을 줄였다.

채권단의 논리는 이렇다. 지난 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제출한 확약서에 따르면 LG그룹이 1차로 빌려준 8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은 변제 순위가 최하위인 후순위 전환사채로 바꾸도록 돼 있다. LG카드는 현재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후순위 전환사채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는 출자로 바꿔도 LG그룹에 손해날 게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채권 중에선 LG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것을 제외한 개인 대주주 몫 2700억원을 출자로 전환하라고 요구한다. LG그룹 계열사는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대주주는 방만한 경영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출자전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LG그룹이 7700억원을 출자전환해도 채권단의 부담보다는 훨씬 가볍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이미 지원한 돈 가운데 일부를 출자로 전환하는 것인데 비해 채권단은 새 돈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G그룹은 현재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화학과 LG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추가 출자전환은 어렵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LG그룹 유원 홍보부장은 "그룹 차원의 지원은 지난 1월 확약서에 약속한 대로 성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추가 증자 참여 여부는 채권을 가진 각 계열사와 개인 대주주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각 계열사와 대주주의 판단에 그룹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G그룹 내에서도 현실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원은 후순위 전환사채로 바꿔주기로 약속한 데다 그동안 1조1750억원을 고금리로 빌려주고 많은 이자를 받은 데 대한 여론의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LG그룹에 추가 증자 참여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시한이 20일로 다가와 이제 공은 LG그룹으로 넘어갔다.

특별취재팀=정경민.표재용.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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