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가창력 브리트니도 놀랄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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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브리트니 스피어스 언니가 저를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생긴 건 다르지만 춤과 노래는 정말 똑같거든요."

지난 12일 케이블 채널 MTV가 주최한 '브리트니 패러디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혜원(16·과천여고·사진)양. 브리트니와 노래와 춤이 비슷한 일반인을 찾는 이 대회에서 앳된 고교 1년생이 1위를 차지한 건 이변이었다.

'러키'와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으로 폭발적인 가창력과 파워있는 춤을 선보인 그녀는 부상으로 오는 2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브리트니의 라이브 공연에 초대받았다. 이날 공연장에선 필리핀·대만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뽑힌 '닮은꼴 브리트니'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인터뷰도 할 예정이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언니가 좋아서 그냥 따라 했을 뿐인데 이런 행운이 생기네요."

김양은 공부도 잘 하지만 노는 건 더 잘 하는 평범한 10대 소녀다. 원래 가요를 무척 좋아해 SES나 양파 모창을 즐겼다. 그러나 3년 전쯤 라디오에서 우연히 브리트니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을 듣고는 열렬한 팬이 됐다.

"가요는 금방 들을 때는 좋지만 몇번 듣다보면 질리잖아요. 그런데 브리트니의 노래는 몇십번이고 반복해 들을수록 감칠맛이 나요. 꽤나 어려운 영어 단어들이 많았지만 열심히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발음도 비슷해지던걸요."

김양의 끼는 일찌감치 발동했다. 중학교 때는 MBC 라디오 '별밤 뽐내기 대회'에 나가 기장원을 했고 iTV '열정 가수왕'에서는 금 한돈쭝을 부상으로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나갈 때 입은 빨간색 상의와 긴 청치마도 밀리오레 야외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뒤 부상으로 받은 4만원짜리 상품권으로 구입했을 정도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힘을 줬다. 어머니는 신문·방송을 보다가 장기대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항상 먼저 알려줬다. 브리트니가 야하다고 싫어하던 아버지는 그녀가 패러디 대회에서 1등을 한 후로 줄곧 그 노래만 듣는단다.

"한국에는 외국 가수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요. 기껏해야 인터넷에서 공연 동영상을 반복해 보거나 뮤직비디오 보는 게 고작이죠. 유명 스타들이 한국에 좀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브리트니가 한국에 오면 꼭 우리집에서 재워 보낼 거예요."

대상을 차지한 후 어느새 친구들 사이에 '혜원트니 스피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김양. 아직 그 흔한 휴대전화도 없을 정도로 욕심이 없는 그녀지만 브리트니의 열정을 닮고 싶은 마음은 끝이 없어 보였다. 브리트니와 김양의 만남은 5월 중순 MTV를 통해 방송된다.

글=박지영·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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