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희망의 현장 4.경북과학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4일 경북 칠곡군 경북과학대. 교내 중앙공원 앞 양지바른 터에 배부른 장독 2백여개가 늘어선 광경이 영 낯설다. 이 학교 첨단 발효식품과 학생들이 실습과 연구를 위해 직접 만든 된장을 담아놓은 독들이다. 중앙관 옥상과 전통 농기구 야외전시장 등 학교 곳곳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장독만 1천1백여개가 된다.

'전통의 실용화'를 강조하는 이 학교의 특징은 개교 첫해인 1993년 당시엔 생소했던 발효식품과·향장학과(화장품)·포장학과 등을 개설한 데서 엿볼 수 있다.

'된장학과'와 '포장학과'가 되겠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과는 졸업생 1백% 취업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실습위주 수업, 학교공장과 연계한 산학협동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효과적인 산학협동을 위해 98년에는 식품공장까지 설립했다.

정은재 부학장은 "전문성 없이 백화점처럼 이런저런 학과를 개설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남들이 눈을 돌리지 않은 실용적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 경북과학대가 채택한 교육프로그램은 과제중심 집중교육인 프로젝트 교육과 타깃 교육이다. 각 전공 과정에서의 기본실험은 대부분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약용식품개발 실습시간. 바이오 식품 계열의 프로젝트 수업인 이 시간의 과제는 신선초·동충하초 등 약용식품을 캡슐과 타블레트로 만들어 일반인들이 먹기 쉽게 만드는 것. 약용식품개발 과정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학생 5~6명이 조를 이뤄 실습계획서를 바탕으로 캡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기동(첨단발효식품 전공)교수는 "일반 대기업의 제품개발서와 비슷하게 실습계획서를 만들도록 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스스로 제품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타깃 교육은 선택과목이라는 점이 프로젝트 교육과 다르다.

학생들이 학교 자체 연구프로젝트나 기업체 등이 의뢰한 연구과정에 참여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뒤 연구의뢰 기업에 취업하는 방식이다. 학교와 학생 입장에서는 취업이 보장되고 기업측에서는 신기술을 가진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현숙(약용식품 전공 2년)씨는 "개인 책상이 마련된 연구소에서 의문나는 사항을 연구원들에게 질문해가면서 연구와 공부를 할 수 있어 실무와 이론을 병행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요구에 따라 교육내용을 수시로 수정하는 유연성도 이 학교가 갖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향장 전공의 경우 기초실험 위주의 1학년 과정과 달리 2학년 과정은 기업의 요구나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유순(향장 전공)교수는 "매년 같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취업과 신기술 개발과 적응에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학과 연구소에서 공공으로 개발한 상품들은 학교공장인 식품·포장공장에서 실제 제품으로 생산된다. 98년 40억원을 들여 설립한 식품공장에서는 현재 60여종의 제품을 생산, 매년 7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학촌'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있다. 수익금의 대부분은 설비 재투자 등에 투입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학교시설 확충이나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

권승혁 식품공장장은 "학교에서 공장을 직접 운영해 적지 않은 수익금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학생들의 실습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물류비용을 30%나 줄일 수 있는 마름모꼴 장미꽃 상자를 개발한 포장과학기술연구소에는 포장재를 개발해달라는 생산업체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포장 전공 졸업생은 재학 중 전원 취업이 확정된다.

매년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경북과학대는 남들이 관심을 적게 갖는 분야를 파고들어 전문가를 양산하는 특성화 교육 현장이었다.

칠곡=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