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 이강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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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작곡가 슈만이 '현악 4중주 a단조'에서 쓴 주제 F-A-E와 F-A-F에는 친구 요아힘과 브람스의 인생관이 담겨있다. 여기서 요아힘은 '자유롭지만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브람스는 '자유롭지만 행복하게(Frei aber froh)'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직에서 지난 2월말 물러난 이강숙(李康淑·66)씨.

그는 요즘 '고독하지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아내에게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휴대전화도 없이 운동화에 점퍼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서초동 자택 근처의 우면산에 오르거나 시내를 정처없이 배회한다. 프리랜서의 자유와 고독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하염없이 길을 걷다보면 온갖 상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며칠 전 오랜 만에 명동에 가보았어요. 문학청년의 꿈을 키우면서 막걸리에 취하던 기억이 새롭더군요."

지난해 늦깎이 소설가로 데뷔한 李씨는 지금까지 단편 두개를 발표하고, 『세계의 문학』 봄호에 중편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을 썼다.

소설이나 음악비평은 글쓰기 작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데가 많다. 소설 창작욕이 는데 힘을 주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저서 『음악미학』을 집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과 인간''음악학 연습' 등 두 과목을 강의한다. 안익태기념사업회 이사장,2002 아시아현대음악제 집행위원장,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등의 직함도 그대로 갖고 있지만 그의 자유시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강릉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노트북 컴퓨터는 들고 가야죠. 단편소설 『빈병 교향곡』도 강릉에서 완성했거든요. 다녀오는 길엔 소설 한 편이 완성돼 있겠죠."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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