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현 감독 '울랄라 씨스터즈 ' 주연이면 주연… 제작자면 제작자… 이 미 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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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26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울랄라 씨스터즈'(감독 박제현)에서 이미숙은 나이트클럽의 재건을 위해 가수로 나서는 네 여자의 리더 조은자 역을 맡아 확실하게 '망가진'모습을 보여준다. 네 명 중 가장 푼수기가 넘치는 조은자는 선대부터 내려오는 라이벌인 네모클럽의 김거만(김보성)의 위협에 맞서 라라클럽을 지켜야 하는 인물이다.

그녀와 힘을 합치는 '씨스터즈'로 김원희·김민·김현수가 출연했다. 이 영화는 그녀가 박감독과 차린 영화사 메이필름의 창립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이 몹시 불던 지난 17일 오후 서울 프랑스 문화원의 찻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일자로 자른 앞머리에 빨강·노랑·파랑 운동복 차림, 그리고 '막춤'을 추는 모습이 '이미숙 맞나'싶었다. 왜 그렇게 망가졌나.

"망가졌다기보다 그 역할이 요구하는 모습이 그랬다. 연기자는 역할이 주어지면 내가 얼마나 예쁘게 보일까보다는 얼마만큼 빠져들 수 있느냐에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정신없이 웃고 즐겼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웃음과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고도 한다. 실직자들이 스트립쇼 공연을 해 재기를 노린다는 영국 영화 '풀 몬티'식의 페이소스가 아쉽다는 사람도 있다.

"'울랄라 씨스터즈'는 처음부터 '정신없이 가보자'라고 정한 영화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밝고 경쾌하게 보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배우들이 '오버'하지는 않았다고 단언한다. 네 명의 여자들이 위기에 몰려 쇼걸로 나선다는 상황이 웃음을 주는 거지 우리가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진 않았다."

-처음 제작하는 작품인데 흥행 걱정이 대단하겠다. 제작자가 돼보니 어떻던가.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긴장감은 덜하다. 오히려 촬영 현장에서 제작자로서 애타는 마음을 많이 느꼈다. 여배우 네 명을 모아놓았으니 그 기(氣)싸움이 어땠겠는가. 남정임·문희·윤정희 트로이카가 아마 이랬을까 싶더라(웃음). 제작자가 되니 나를 죽이는 것, 즉 남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다른 세명에게 하늘 같은 대선배일텐데 '군기'는 안 잡았나.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군기를 잡나. 하지만 선배로서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후배들이 나보고 '불로초를 먹었느냐'고 할 정도로 다들 내 체력을 못따라왔으니까."

-영화를 보니 디스코를 비롯해 살사·트위스트·차차차·탱고 등 안추는 춤이 없던데 원래 잘 추나.

"말도 마라, 6개월 동안 춤만 췄다(웃음). 그리고 내 춤은 '막춤'이 아니다. 80년대만 해도 그게 유행하던 춤이었는데 지금 추니까 '막춤'이 된 거다. 내 애창곡인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부르는 장면을 제일 흥겹게 찍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할 모습이 보기 좋다.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 수명이 길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해 '배우하기 나름'이다. 나이 들어 못한다는 고정관념은 연기력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깨뜨려야 한다. 내가 10년 만에 '정사'로 복귀했을 때 다들 우려했었지만 나는 내 자신의 모습에 책임질 자신이 있었다. 할리우드의 풍토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갈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제 제작까지 겸하는 영화인 이미숙으로서 지난해부터 부쩍 달라진 한국 영화계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면.

"관객들이 참 너그러워졌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확보한 관객을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잘 만든 영화들이 줄줄이 나와 관객에게 보답해야 한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작품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관객의 기억

속에 '연기 참 잘한다'고 남을 수 있다면

그는 정녕 행복한 배우일 터다. 영화배우

이미숙(42)을 그런 몇 안되는 행운아 중

하나라고 불러도 될까. 여동생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지는 '정사'(1998년)를 비롯해

부족을 영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족장 역을 맡았던 '단적비연수'(2000년),

실직한 남편 때문에 '하룻밤 1억'의 제안에

갈등하는 주부로 분한 '베사메무초'

(2001년)등의 근작들은 그녀의 연기력과

그것이 발산하는 광채에 상당 부분 빚진

영화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게다가 여배우 나이가 서른만

넘어도 '호시절'이 끝났다고들 하는

우리 풍토에서 그녀가 짱짱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은 수많은 후배들에게

각성제이자 위로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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