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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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 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이면우(1951~ )'소쩍새 울다'

봄의 끝에서 소쩍새 울고 조팝꽃 등처럼 환하다. 천지에 꽃내음 풀내음 가득한 숨막히는 봄. 우주가 팽창할 것 같은 봄밤은 무서운 시간이다. 그 시간에 중년 내외 벌써 저세상 얘길 한다. 누가 먼저 가면 서둘러 새로 시작 하자고 하다가, 아니다 아니다, 한다. 어둠보다 더 두려운 건 이별일까. 서로 바라보는 것,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두막집이 꽉차는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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