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대안 세 갈래 압축] 학교·기업도 끌어와 '자족형'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행정수도의 대안으로 연기.공주에 중앙행정기관을 옮기고 교육도시나 기업도시 기능을 결합한 도시를 세우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가 밝힌 5대 원칙은 참여정부가 당초 의도한 균형발전 전략의 틀을 유지하면서 연기.공주를 중심으로 팽배해진 충청권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대 원칙은 그동안 나온 여러 대안을 압축하는 기준이다. 우선 충청지역에서 그동안 요구해온 '신행정수도 계속 추진' 방안은 배제됐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신행정수도를 연기.공주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으로나 절차상으로 걸림돌이 많아 처음부터 대책위의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책위는 이번에 '헌재 결정 존중'이란 원칙을 밝혀 이를 분명하게 했다.

▶ 하늘에서 본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 일대.[중앙 포토]

대책위는 또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을 못박아 연기.공주가 서울 광화문, 경기도 과천시, 대전에 이어 중앙행정기관이 집단적으로 들어설 곳임을 확인했다. 연기.공주 지역에 만들어질 도시의 성격은 결국 어느 기관이, 얼마나 많이 이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국방.외교 부처를 포함시키느냐 빼느냐, 교육.과학관련 기관만 옮기느냐에 따라 ▶행정특별시▶행정중심도시▶교육.과학 행정도시 여부가 정해진다.

◆ 행정특별시=청와대만 남기고 중앙부처를 이전하는 방안이다. 사법부와 입법부는 서울에 남는다. 외교.안보 부처까지 옮기므로 이전효과가 신행정수도보다는 못하지만 행정중심도시보다는 크다. 열린우리당과 충청권 전문가들이 선호하고 충청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청와대만 남은 서울을 수도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해 청와대 외에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일부 기관을 서울에 남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행정 중추기능을 대부분 연기.공주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이기 때문에 또다시 위헌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헌재 결정을 형식적으로만 존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 행정중심도시=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는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행정부처는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방안이 있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및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신행정수도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제기했다. 권 교수는 "청와대를 옮기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개헌을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며 "따라서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는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행정부처는 당초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선정된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공관들도 함께 남게 되고 현재의 방위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 교육.과학 행정도시=교육이나 과학 관련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이 선별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연기.공주에 교육인적자원부 및 과학기술부 (산하기관 포함), 수도권 소재 국책연구소를 이전하고 수도권 첨단기업들을 끌어들여 기업도시적 성격까지 가미하는 방안이다. 행정특별시 건설안보다는 비용이 덜 든다. 인구 분산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특별법이라는 새로운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 교육.기업도시 등 접목한 절충안 유력=세 대안 중 어느 것을 택하든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을 옮기는 '신행정수도'보다는 규모가 작아지게 마련이다. 행정특별시의 경우 청와대와 부속기관이, 행정중심도시의 경우 외교.안보.통일부처가 서울에 남기 때문이다. 교육.과학 행정도시의 경우 청와대.외교.안보.통일.경제부처 등이 거의 그대로 남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후속대책위는 이곳에 교육기관이나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초 계획한 연기.공주 일대의 2160만평 중 상당 규모가 남게 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2160만평을 모두 수용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기관과 기업이 어느 정도 들어서야 50만명 정도가 사는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행정특별시나 행정중심도시가 들어서면 교육도시 기능이, 교육.과학 행정도시가 세워지면 기업도시 기능이 각각 가미될 전망이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