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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동 '유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아이나 어른이나 원없이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고르라면 아마 게를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다른 생선살로 만든 어묵 '게맛살'이란 모방 식품이 등장했을까. 특히 살아서 기는 활게 살의 달콤하고 연한 고유의 향미엔 매료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유빙(02-403-6400)'은 게요리 전문점이다. 대형 모형선박 아래 마련된 수족관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등딱지의 왕게(킹크랩)와 대게들이 가득가득 하다. 마치 바다속에서 펼쳐지는 게들의 군무(群舞)를 보는 듯하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찜. 식탁에 앉아 주문하는 게 아니라 수족관에 살아있는 게를 보고 원하는 크기와 종류를 골라주면 그것으로 찜요리를 해주는 독특한 방식이다.

게를 '찜'하면 먼저 전자저울에 무게를 달아 정확한 값을 매긴다. 값은 ㎏당 왕게는 8만원, 대게는 7만원. 보통 1㎏짜리 게라면 두사람이 먹기 적당하다.

만약 네 명 가족이 2.2㎏짜리 왕게를 골랐다면 값은 17만6천원. 이 값만 치르면 술값을 제외한 다른 비용은 추가되지 않는다.

왕게를 찌는 동안 다양한 전채요리가 이어진다. 해삼·낙지·새우·소라·새조개·실치 등 제철 회요리와 각종 해산물이 작은 접시에 앙증맞게 담겨 나온다. 속풀이에 좋은 메생이국도 나온다. 이들을 한 젓가락, 한 숟가락 맛보다 보면 어느새 입안과 뱃속은 게의 속살을 맞이할 준비태세를 갖춘다.

이 때를 맞춰 넓직한 접시에 발라 먹기 좋게 손질한 게가 식탁에 오른다. 게 살은 운동량이 많은 집게 부위의 맛이 최고. 향이 짙고 쫄깃하며 감칠 맛이 돈다. 살이 꽉찬 다리살은 한입에 쪽 빨아들이기에 벅찰 정도다.

게찜은 이런 저런 양념없이 그대로 먹는 맛이 으뜸이지만 이 곳에서 준비한 칠리·부추·유자·마요네즈 맛의 네가지 소스에 찍어 가끔 새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적당히 속살 공략이 끝나고 나면 녹색(대게)·노란색(왕게)의 게장이 있는 게딱지에 밥을 비벼준다. 날치알을 곁들여 톡톡 입안에서 터지는 맛이 게장의 쌉쌀한 맛과 어울어져 밥 쟁탈전이 벌어진다. 마지막 코스인 게살 우동까지 먹고 나면 결론은 포식 또는 과식. 그래도 원없이 게살을 먹어봤다는 기분에 입가에 웃음이 돈다.

예약하지 않으면 수족관 게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예약은 필수. 게찜을 포장해 갈 경우엔 산지나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데 ㎏당 왕게는 2만5천~3만5천원, 대게는 1만8천~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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