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권 독서메모 모아 책 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살아 있는 동안 책 1만권 이상을 읽는 게 꿈입니다."

중·고교 때 읽은 도서 3백여권에 대해 느낀 점을 정리해 『책을 베고 잠들다』(인간과 자연사·2백83쪽)를 펴낸 경남 진주여고 3년 이기현(17)양.

양은 "책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보게 하며, 독서는 새 삶을 꾸리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고 말했다.

양은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 여느 청소년들처럼 인터넷과 게임에 빠지지도 않았다.

『책을 베고 잠들다』는 그가 책을 읽을 때마다 적어두었던 독서메모 3백여편을 작가와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각 메모 끝에는 읽은 날짜가 적혀 있어 한 여고생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양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때 독서새물결 운동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독서대상에서 학생부 최고상(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진주지역 중·고교생 독서모임인 '고요독서회'의 창립멤버로 들어가면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1주일 동안 책을 읽고 매주 토요일 토론하는 이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혼자 책을 읽으면 책 내용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죠. 하지만 토론을 거치면 또래의 다른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아요."

책을 읽을수록 성적이 쑥쑥 올랐다.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20위권을 맴돌았으나 지금은 5위권에 든다.

"독서량이 늘수록 논리적인 사고 습관이 길러져요. 언어능력 시험에서 지문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더군요. 인터넷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독서의 장점이죠."

양은 1999년 역사문화아카데미가 주관하는 '한·일 관계사 토론회'에서 대상을 받아 독서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고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은 박경리씨의 『토지』. 그는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다녔던 진주여고를 지망하기까지 했다.

양은 경상대 전기·전자공학부 이건기(建基)교수의 장녀다.

고요독서회를 지도하는 황주호(黃周浩·45·거제종고 국어담당)교사는 "독서교육에 관한 책들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양의 책은 사전처럼 가까이 두고 활용할 수 있는 독서 가이드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