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재정 국고지원금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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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각 대학들은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장실이 점거되고 학교 행정실의 집기가 들려나오는 일은 이제 많은 사립대학에서 연례행사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심지어는 국립인 서울대조차도 총장실이 점거되는 형편이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의 등록금 문제를 대학 차원의 문제로만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온 것 같다.

그동안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가 시행되었다. 예를 들어 학점등록제·등록금분납제·대여장학금제·수업료와 기성회비 통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등록금 부담기한을 연장시켜주는 등의 행정상 편의는 제공할 수 있지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되지 못했다.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 등록금 이외 수입의 비율을 증가시킬 때 가능할 것이다.

사립대의 수입원은 크게 등록금·법인전입금·국고지원금·기부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등록금 수입은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체 운영수입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40~45%, 영국의 20~25%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대학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 예산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법인전입금·기부금·국고지원금 등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립대학 법인의 수익사업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법인전입금의 증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립대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법인설립에 필요한 법정기준이 낮았을 뿐 아니라 설립한 후에도 확보율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부금을 통한 수입증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사립대학들은 동문·학부모·기업·독지가 등을 통해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부금으로 사립대학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사립대학 재정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국고지원금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립대학의 재정을 위해 쓸 수 있느냐는 의견부터 사립대학 법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가가 떠맡아야 하느냐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약 80% 정도를 사립대학들이 맡고 있는 데 반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대학 예산의 평균 4.3% 수준에 불과하며, 선진국 사립대학들이 재정의 평균 20% 이상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을 잃게 된다.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의 재정을 위해 국고지원금을 확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민총생산(GNP) 대비 6% 교육예산 확보 공약을 실천하고, 전체 교육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교육 예산을 선진국의 평균수준인 20% 수준까지 늘리려는 노력을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사립대들도 등록금 이외의 다양한 수입원을 개발하고 대학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립대가 건실한 재정구조를 갖게 돼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대학교육은 한 차원 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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