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미 잃은 '동물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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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SBS '동물농장'-맑음, KBS '주주클럽'-안개, MBC '와우 동물천하'-흐림.

요즘 지상파에서 방송하고 있는 동물 전문 프로그램의 기상도를 그린다면 이 정도쯤일 듯싶다. 동물 다큐멘터리에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한 '동물농장'의 성공에 자극받은 타 방송사들도 봄 개편을 맞아 우후죽순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에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대 그들의 사는 방식을 탐구한다는 거창한 취지와 달리 결과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더구나 기존 '동물농장'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없어 신선미도 떨어진다.

'주주클럽'(사진)과 '와우 동물천하'의 여러 코너는 짧은 기간에 급조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특이한 동물을 소개한다며 장기자랑을 늘어놓는 수준이 고작이다. 불독의 축구공 차기(주주클럽)와 개의 훌라후프 뛰어넘기·원숭이의 윗몸 일으키기(와우 동물천하) 등은 동물이 '동물다움'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동물농장'의 동물 시트콤 '개와 고양이의 한집 살림' '개성시대'와 비슷한 형식으로 만든 동물 관찰 다큐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와우 동물천하'에서는 개 15마리가 한집에 사는 모습을 다뤘는데 일정한 주제 없이 그냥 개들이 뛰어노는 모습만 보여줘 개들의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주클럽'의 '닮은꼴을 찾아라' 코너는 연예인과 동물을 억지로 연결시켜 보는 이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찡그린 개의 얼굴을 닮은 사람은 개그맨 남희석, 새침한 고양이를 닮은 가수는 김장훈이라는 식으로 억지 웃음을 유도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촬영을 통해 동물의 습성을 파악해야 좋은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며 "인기 프로그램을 모방해 비슷하게 만들려다 보니 어설픈 내용이 전파를 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물들의 기상천외한 습관과 본성을 집중 탐구한다!' 첫 방송 때의 이 다짐처럼 제작진은 동물에 대해 좀더 진지한 접근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시청자는 이미 동물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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