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으로 맺어진 시인과 집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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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 포스티노 (KBS1 밤 11시20분)

시인과 우체부의 우정을 지중해의 한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맑고 잔잔하게 그린 수작이다. 이 영화는 노벨문학상을 탄 칠레의 국민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 역으로 친숙한 필립 누아레가 섬에 유배온 세계적 저항시인 네루다를 연기한다.

우체부 마리오 역의 마시모 트로이시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지만 출연을 고집했고, 촬영을 모두 마친 바로 다음날 사망했다. 아카데미상 작품·감독·남우주연·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음악상을 받았다.

외부와의 접촉이 별로 없던 섬에 네루다가 오면서 섬이 활기를 띤다. 네루다에게 오는 편지로 업무가 폭주하자 우체국은 임시 배달부로 노총각 마리오를 고용한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가까워지면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는 '계산'으로 그와 친분을 쌓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점차 시와 시인의 세계에 빠져든다. 네루다의 도움으로 마을의 예쁜 처녀 베아트리체와 결혼까지 하게되는 마리오. 그러나 시인의 유배 생활이 끝나면서 두 사람의 우정도 막을 내린다.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을 지중해의 푸른 자연과 맑은 시심(詩心)이 맺어준다는 낭만적인 설정으로 국내 개봉 당시 호평을 받았던 영화다. 감독 마이클 레드퍼드. 1994년작. 원제 Il Postino.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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