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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각장애인 내무장관 블렁킷 '내연녀 복수극'에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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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데이비드 블렁킷 영국 내무장관(右)이 지난해 9월 내연녀 킴벌리 퀸과 다정한 한때를 보내던 모습.[런던 AP=연합]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불굴의 의지로 영국 내무장관에 오른 데이비드 블렁킷(57)이 내연녀의 비리 폭로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15일 "나는 늘 정직하고자 노력해 왔다"며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후임에는 찰스 클라크 교육장관이 임명됐다. 비극의 출발은 블렁킷의 시각장애에 따른 불운한 사생활이다. 블렁킷은 23세 때 결혼했지만 사실상 공허한 부부 관계였고 14년 만에 이혼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한, 그러나 사생활은 외롭고 불운한 블렁킷에게 다가온 여성은 미국인 유부녀 킴벌리 퀸(44)이었다. 세계적인 남성잡지 GQ의 소유주 스티븐 퀸(60)의 부인이자 시사잡지 '스펙테이터'의 편집장인 퀸은 매우 활달하며 권력지향적인 여성이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퀸은 2001년 노동당 정부의 실력자인 블렁킷과 내연의 관계에 들어갔다. 이듬해엔 아들까지 낳았다. DNA 검사 결과로도 블렁킷의 아들임이 확인됐다.

3년간 계속돼 온 내연 관계는 지난 여름 끝났다. 킴벌리는 일방적으로 '청산'을 선언하고 남편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상심한 블렁킷은 자신의 아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는 낳은 아이뿐 아니라 내년 2월에 태어날 아이도 있다. 아이에 대한 양육권과 접견권을 둘러싼 소송이 시작됐다.

그러자 퀸은 "가족을 지키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의 남편조차 "아이는 우리가 키운다"며 불륜 아내의 편에 섰다. 퀸이 폭로한 비리 중 치명타는 "아이의 유모가 영국 영주권을 받도록 블렁킷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대목이다. 블렁킷은 이를 부인하면서 "객관적인 조사팀을 만들어 진상을 밝히겠다"며 조사팀을 구성하고 적극 협력했다.

조사팀은 블렁킷 장관의 개인 비서가 이민국에 청탁 e-메일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비서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좀 빨리 처리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고, 덕분에 유모는 1년이 걸리는 영주권을 몇 주 만에 받았다. 14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블렁킷은 다음날 사표를 냈다. "비서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늘 허공을 쳐다보던 멍한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영국 언론들은 '킴벌리의 복수극' '순정파 블렁킷'이라고 동정하면서도 "블레어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0월 17일자 18면 "영 내무장관 블렁킷, 내연녀 복수극에 사임" 기사에서 왼쪽 맨 아래 문장에서 단어가 하나 빠졌습니다. 다음에서 괄호 안이 빠진 부분입니다. "킴벌리는 일방적으로 '청산'을 선언하고 남편에게 (돌아갔다.)그러자 상심한 블렁킷은 자신의 아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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