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들의 잇단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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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자치제 이대로 괜찮은가?" 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둔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은 이같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의 하나는 적잖은 광역·기초단체장들이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와 관련해 사법처리되거나,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민선 2기 16개 광역 및 2백51개 기초단체장 중 43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8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광역단체장 가운데는 성추행 시비에 휩싸인 우근민 제주지사 경우 등을 제외하더라도 4명이 돈 관련 추문으로 사법당국의 조사 대상이다. 유종근 전북지사가 구속됐고, 최기선 인천시장은 검찰 소환이 예고된 상태다. 임창열 경기지사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고 문희갑 대구시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내사를 받는 중이다. 단체장이 구금상태에 들어가면 대행체제가 되도록 바꿔 옥중결재라는 한심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행정 불신·불편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각종 인허가 과정에 편의를 봐주고 대가를 받는 외에 보직·승진과 관련된 인사 비리 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즉 사정당국으로부터 자유로운 단체장이 얼마나 될지 의아스럽다는 것이다.

민선 3기를 앞두고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특히 뇌물수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공영제 도입, 권한의 재조정, 지방의회 감시기능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많은 선거비용이 부정의 주요한 요인인 만큼 공영제로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이권과 직결된 도시계획 등이 자의적으로 안되게끔 재배분해야 한다. 또 의회 기능 강화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주민투표제를 도입해 주요 정책에 대한 주민 참여를 늘리고 주민소환제를 통해 의심가는 집행을 감독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줄세우기 내지 유착 우려를 줄이기 위해 재선 까지만 허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공복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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