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 가득 담은 소박한 질그릇 한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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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황토로 빚은 질그릇은 우리나라 도자기 중 가장 역사가 오래고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질박하고 깊이있는 멋을 지닌 데다 물을 맑게 저장하며 음식을 오래 보존하는 등 실용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지닌 질그릇과 이를 이용한 상차림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남 영암군 군서면 서구림리에 자리잡은 영암도기문화센터(061-470-2566)의 '도기의 멋과 상차림'전이다(6월 30일까지). 센터의 연례 특별전으로 올해는 이화여대 박물관과 공동주최했다.

전시에는 조정현·박영숙씨 등 국내의 유명 도예작가 10여명과 광주요·징광옹기 등 유수 제작업체 두곳이 참여해 모두 11세트의 다양한 상을 차렸다. 상에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으나 깔끔하고 소박한 상차림의 아름다움을 두루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출품작으로는 조정현씨가 제작하고 조은정씨가 상을 차린 '흙냄새'전이 눈에 띈다. 붉은 색 토기로 식기를 제작해 흙냄새 가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주요에서 만들고 차린 '삼월삼짇날의 봄맞이'상도 있다. 유약을 입혀서 밝고 환해진 도기의 면모를 보여준다.

징광옹기에서 만들고 차린 '야외에서'상은 항아리로 쓰던 옹기를 식기로 개발해 현대적 미감을 나타낸 작품이다. 박영숙씨가 만들고 차린 '백토와 도기의 조화'는 백토로 표면을 씌웠으되 자기의 질감을 지닌 새로운 백토분장 도기를 보여준다.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만찬에서 쓰였던 질그릇 세트도 '온누리의 만찬'이란 이름으로 출품됐다. 개별 작가와 업체들의 작품이 품위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암도기문화센터가 만들고 아름지기가 상을 차린 '영암도기의 멋'도 눈길을 끈다.

부대행사로 13일 오후 3시에 영암 구림마을 내 집회장소인 회사정에서 시회도 열린다. 마을의 유림들과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시를 짓고 주안상 차림도 전시하는 행사다.5월 18일에는 전통차를 끓이고 마시는 법도와 방식을 실연하는 다회가 인근 도갑사에서 열린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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