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制 육성 정책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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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사회는 최근 학력사회에서 능력사회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부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는 사회체제를 만들기 위해 1997년 개인의 능력을 공인해주는 자격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의 민간자격제도를 활성화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개발 노력은 미약하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전문가가 사회의 중심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은 더 이상 정부나 정규 학교교육 위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으며 민간 부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

특히 인구는 많고 지하자원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살길은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격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기술자격법·자격기본법 등 자격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제도가 국가자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경직된 관료적 기구가 운영하는 국가자격제도는 직종의 소멸과 생성이 빈번한 현대 직업 세계에서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격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바로 이런 취지 때문이며 민간자격의 활성화는 학력사회에서 능력사회로 바뀌는데 없어서는 안될 방편이기도 하다.

자격기본법은 또 자격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법적·제도적 효과를 높이자는 데도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체계의 비효율과 해당 부처의 무관심 및 이기주의 탓에 민간자격제도의 활성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민간자격을 국가가 공인을 통해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2000년 첫 시행에 들어간 국가공인제도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민간자격관리자들은 공인 신청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실제 공인에 인색하다며 불만이다. 전체 6백여종 가운데 시행 첫해에는 28개종, 지난해에는 불과 7개종만 국가공인을 획득했다. 결국 공인제도는 형식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민간자격은 국가통제보다 민간기구, 즉 시장경제에 일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적극적 지원체계만 갖추면 된다. 민간자체기구 구성을 통한 정보체계 구축, 민간자격관리자에 대한 심의·평가·인증 절차의 객관화, 자격 취득자에 대한 사후관리 철저 등이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직업 자격증과의 연계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아태경제협력체(APEC)·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회원국간의 자격인정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국민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평생교육, 평생직업 차원의 민간자격 개발, 국가 독점적 자격운영에 따른 미비점 보완 등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민간자격제도가 올바로 정착되고 자격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소비자 권리규제 및 과장광고 근절을 위해 민간자격소비자 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등 민간자격의 건전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절실할 것이다.

지금은 민간자격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되는 초보단계여서 민간부문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이지만 과장광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격관리자들은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민간자격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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