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과의 공방 '치고 빠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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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노무현(盧武鉉)후보는 8일에도 동아·조선일보를 공격했다.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두 신문이 언론사 소유 지분 제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꺾기 위해 비판 기사를 싣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또 일부 신문의 보도 태도를 '노무현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사회자=두 신문이 압력을 가한 사례가 있나.

▶盧후보=내가 전혀 하지 않은 얘기를 보도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나의)언론사 소유 지분 제한 입장의 기를 꺾으려 한다.

▶사회자='동아일보 폐간'발언에 대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盧후보=사람의 기억은 1백% 확실할 수 없어 '내 기억에 발언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중에 복기해 본 결과 한 기자가 '저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 '망하든 말든 내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다른 기자가 그렇게 기억한 것 같다. 이랬다 저랬다 안했다.

▶사회자=동아·조선일보에 대해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는데.

▶盧후보=경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악의적인 기사를 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다.

盧후보는 그러나 동아일보보다 조선일보 쪽에 비판의 무게를 실었다. 전선을 단일화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

"조선일보가 사실적 근거 없이 도배를 했는데, 신문인지 '노무현 죽이기' 무기인지 분간이 안간다" "국유화·폐간 같은 사리에 닿지 않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뽑아놓고 나를 정신이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보도해 짜증스럽다"고 했다.

盧후보 주변에선 두 신문에 대한 공격 과 관련해 "어차피 본선에서 걸러야 할 일"이라는 강성 발언도 나왔다.

특히 盧후보를 지지하는 김원기(金元基)고문은 확대 간부 회의에서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당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고, 임채정(林采正)국가전략연구소장은 "언론이 잘못된 보도로 우리 경선에 개입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이런 '언론과의 일전불사'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盧후보 측 유종필(柳鍾珌)특보는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盧후보는 언론의 자유를 중시한다. 언론과 싸운다든지 갈등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 기능도 존중한다" "인천 경선에선 방어적 차원이지, 공세가 아니다"고도 했다.

8일자에서 동아일보가 盧후보와의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후보가 되면 조선일보와 싸우게 될 것" "폐간을 말했다면 아마 조선일보일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柳특보는 "8일 아침 일부 보도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 내에선 "盧후보가 지금은 전선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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