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솜사탕' 저작권 침해 손배소 "20억~30억 청구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방송작가 김수현(사진)씨는 대중적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워낙 인터뷰를 꺼린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당연히 이번에도 그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변(辯)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를 설득해 지난 6일 광화문 근처 중식당에서 만났다.

비록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지난달 28일 MBC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이 자신의 옛 히트작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 낸 그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김씨는 강경했다. 그는 "가처분 심리 과정에서 숱한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앞만 보고 버텼다"며 "앞으로 본안 소송을 통해 너무나 엉망인 저작권 현실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너무나 감사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계획은.

"8일 저작권 침해에 관한 본안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소송 액수는 20억~30억원이 될 것이다."

-그 정도 액수면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 중 최고액인 것 같은데.

"MBC가 '여우와 솜사탕'을 통해 얻은 이익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현재 집필 중인 KBS '내 사랑 누굴까'가 '여우와 솜사탕'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작가 생활 30년 중 20년을 MBC에서 보내 누구보다 MBC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내 신작을 띄우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보다 견딜 수 없어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지난해 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준비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MBC와 물밑 접촉은 없었나.

"MBC측에 수차례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산고 끝에 자기 애를 낳아본 엄마가 어찌 자식을 구별하지 못 하겠는가. 머릿속 도둑은 은행털이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MBC도 끝까지 법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는데.

"나도 죽을 때까지 갈 것이다. 모든 작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명분을 말하긴 좀 거창하다. 그러나 진실은 꼭 밝히고 싶다. 작가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