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國費급여 편법착복 日의원 관행 사회문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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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유령비서'를 등록한 후 급여 타내기, 부인·남편·아들 등 가족을 비서로 등록하기, 비서가 받은 급여 일부를 정치헌금으로 우려내기….

국가가 지급하는 비서의 급여를 편법으로 가로채 온 일본 의원들의 관행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

신세대 정치인의 선두주자이던 쓰지모토 기요미(?元淸美)전 의원이 유령비서를 채용한 것이 들통나 최근 의원직을 사퇴한 데 이어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전 외상도 비서 급여 일부를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 전체에 불똥이 튀고 있다.

◇실태=일본 중·참의원은 한명당 3명까지 국가가 급료를 지급하는 비서를 채용할 수 있다. 1993년까지는 2명이었으나 94년 '의원의 입법능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정책비서 제도가 신설됐다.

급여는 정책비서가 최소 월 59만엔(약 5백90만원), 제1비서가 45만엔, 제2비서는 30만엔씩을 받는다.

총 2천1백여명의 의원비서에게 지급되는 급료는 연간 2백억엔에 이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체 의원의 63%인 4백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5%가 부인 등 친족을 비서로 채용했고, 26%가 비서에게서 헌금을 받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헌금액은 연간 6만~3백만엔이었다.

구리하라 히로히사(栗原博久)자민당 의원 아들의 경우 4년 가까이 본업인 의사와 아버지의 정책비서를 겸직해 온 것으로 지적됐다.

◇원인=비서의 정치헌금 기부는 일본 정계의 뿌리깊은 관행이었다. 정치평론가 아리마 하루미(有馬晴海)는 "15년 전에는 의원의 80%가 비서의 급여 일부를 챙겼다"고 밝혔다.

이런 관행은 지지난해 야마모토 조지(山本讓司)민주당 의원이 '가짜비서'사건으로 구속된 후 많이 줄었지만, 근절되려면 아직 멀었다.

대부분의 비서들은 훗날 모시던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려 하기 때문에 자연히 '보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령비서직에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도 사례금으로 월 5만~10만엔 정도를 받는데다 나중에 국회의원비서 연금혜택도 누릴 수 있어 쉽게 유혹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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