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Leisure] 비교 체험! 스키장 잘 다녀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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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가족 나들이는 스키장이 제격이다. 이용 요령만 알고 있다면 늘 웃는 얼굴로 즐길 수 있다. 휘닉스파크에서.

일부 매니어를 제외하곤 스키장 하면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는 스키장에 가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이도 꽤 된다. 휴일 낮 리프트 한번 타려고 30분씩 줄을 선 데다 또 돈은 왜 그리 많이 들어가는지. 집에 돌아오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까지 생각이 미치면 스키장, 거기 갈 데가 못 된다. 그래서 기획했다. '비교 체험! 스키장 이렇게 갔다오자!'. 가상의 두 가족을 설정해 일요일 당일 4인 가족이 스키장을 다녀오는 여정과 요금을 계산했다. 한 가족은 미리미리 준비하고 스키장 도착과 출발 시간을 따진 '나요령'씨 가족이고, 나머지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큰 맘 먹고 스키장 갔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그냥가'씨 가족이다. 이 두 가족의 여정과 비용을 공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족의 만족도와 비용 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습'이다. 정보만 잘 챙기면, 스키장은 그리 멀거나 호사스러운 곳이 아니다.

글=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인터넷서 할인 받고 원없이 타

사전 준비가 치밀했다. 우선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회원권을 구입했다. 이로써 리프트권 값과 장비 렌털 비용을 30% 할인받았다. 여기에선 휘닉스파크가 예지만 다른 리조트도 비용을 30% 안팎 줄이는 방법이 꼭 있다. 반드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할 것.

중요한 건 리조트 도착 시간. 일요일이라면 늦어도 오전 7시30분에 슬로프에 진입해야 한다. 그래서 간단한 아침을 싸가는 게 좋다. 스키장은 일요일에 평일보다 한 시간 빨리 슬로프를 연다. 이때부터 오전 10시쯤까지가 황금 시간대다. 리프트 앞에 줄서 대기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왜 굳이 10시냐. 서울에서 출발한 셔틀버스가 9시쯤에 리조트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슬로프로 몰리는 시간이 10시쯤이다. 이때부터 슬로프는 북새통이 된다.

정오 이전에 스키장을 나오는 것도 요령이다. 오후에는 집에 언제 갈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리프트도 오전권(4만2000원)만 끊었다. 주간권을 사는 것보다 1만1000원 절약. 게다가 30% 할인까지 받았으니 '나요령'씨 가족은 '그냥가'씨 가족보다 리프트권 값과 장비 렌털 비용에서만 11만9000원을 아꼈다. 스키장 근처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에만 고속도로에 진입해도 저녁은 편하게 집에서 먹을 수 있다.

***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사전 준비는 뭘, 일단 떠나고 보지. 딴에는 일찍 출발한다고 오전 7시에 나왔지만 10시쯤이면 바로 스키장이 북새통을 이루는 시간. 고생은 그때부터다.

인파에 밀리면서 리프트권을 사고, 의류와 장비를 빌리려면 최소한 한 시간이 흐른다. 얼추 정오쯤 돼야 슬로프로 나갈 수 있다. 오전에 리프트를 탈 수 있는 기회는 기껏해야 한두 차례. 그래서 리프트권도 오후까지 탈 수 있는 주간권을 끊어야 한다. 점심은 리조트 안에서 대충 해결한다.오후에 슬로프는 아예 미어터진다. 충돌 사고도 잦다. 리프트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을 때도 많다. 줄 서다 시간이 다 간다. 오후 마감인 4시30분까지 슬로프에서 버티지만 초급자일 경우 리프트 횟수는 다섯번을 넘기기가 어렵다.

문제는 스키장을 뜨는 게 더 힘들다는 것. 의류.장비를 반납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 나오는 시간이 만만찮다. 용케 차를 빼도 고속도로 입구까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저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때운다. 휴일 저녁은 고속도로 상황도 가장 안 좋을 때다.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쯤 여기선 4시간으로 계산했지만 6시간이 걸리는 일도 숱하다. 다시는 스키장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 두 가족 비교해 보니

두 가족의 총 비용 차이는 15만5000원이었다. 같은 일정과 장소, 같은 인원인데도 이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두 가족의 만족도는 어떨까.

우선 두 가족의 슬로프 이용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나요령'씨 가족은 오전권만 구입했지만 오전 7시30분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4시간을 이용했다. 오전.오후권을 모두 산 '그냥가'씨 가족의 실제 슬로프 이용 시간은 4시간30분.

그러나 리프트를 이용한 횟수는 '나요령'씨 가족이 훨씬 많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10시 이전에는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냥가'씨 가족이 만족도를 못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기 시간 때문이다. 리프트권 구입과 장비를 빌리고 반납하는 시간만 2시간30분 ~ 3시간이 걸렸다. 반면 '나요령'씨 가족은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집에서 스키장을 왕복한 시간 차이는 2시간('나요령'씨 5시간, '그냥가'씨 7시간)이다.

두 가족은 이미 고글.장갑.모자 등 기초 장비를 갖췄다고 가정했지만,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이 품목들은 렌털이 안 된다. 일반인에겐 'WING' 등 믿을 만한 국산 브랜드면 충분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터넷 할인 매장이다. 옥션(www.auction.co.kr), 인터파크(www.interpark.co.kr), DNSHOP(www.dnshop.co.kr) 등에 '특가 상품'으로 나오는 게 있다. '고글.장갑.모자'한 세트가 2만 ~ 3만원대에 판매되기도 한다.

<공통 사항>
◆ 어른 둘은 스키, 자녀 둘은 스노보드로 종목 통일. 자녀는 소인 할인 대상인 초등학생.
◆ 집은 서울 도심, 교통 수단은 승용차. 기초 장비(고글·모자·장갑)는 각자 마련한 상태.
◆ 스키장은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로 통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스키장 입구인 영동고속도로 면온 나들목까지 156㎞.

*** 찾아보면 싸다 숨어있는 할인 정보

'숨은 할인 찾기'. 어느 스키 리조트 관계자의 말이다. 스키 업계에선 '제값 다 내면 바보'란 말이 있다. 그만큼 할인 혜택이 다양하다. 문제는 할인 혜택을 모르는 이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숨은 할인 찾기'다. 아는 사람만 싼값에 이용하는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지금의 스키장 이용 실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신용카드만 써도 리프트권과 장비 렌털을 20~30%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리조트마다 할인되는 신용카드가 다르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휘닉스파크는 삼성카드, 무주리조트와 용평리조트는 국민카드, 비발디파크는 BC카드, 현대 성우리조트는 현대카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할인을 받으면 마일리지 포인트가 줄어든다.

리조트마다 30% 할인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휘닉스파크.용평리조트의 모바일 회원권, 무주리조트의 버스 일일 패키지, 현대 성우리조트의 사우나 패키지, 강촌리조트의 주중 대중교통 패키지 모두 리프트권과 장비 렌털을 30~50% 깎아준다. 대신 신용카드 할인과 다른 할인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 가령 휘닉스파크의 모바일 회원권 30% 할인과 삼성카드 20% 할인은 함께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더 나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세트권이란 게 있다. 유통 경로는 복잡해 여기서 생략한다. 중요한 건 이 세트권으로 인해 인터파크.넷피아 등 인터넷 사이트나 리조트 인근의 렌털 숍에서 정상 가격보다 싼 리프트권이 판매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리프트권 주간권 가격은 4만8000~5만3000원대. 그러나 세트권을 사면 30% 안팎 싸게 살 수 있다. 원래 열 장 묶음이 한 세트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선 5장 이상, 렌털 숍에선 낱장으로도 판다. 특히 렌털 숍에선 장비.의류를 렌털하면서 리프트권도 사면 더 깎아주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실제로 가장 싼값으로 리프트권이 유통되는 경로다. 최근엔 전국 주요 스키장의 리프트권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프트오케이닷컴(www.liftok.com.1544-7644)같은 업체도 출현했다.

의류나 장비 렌털도 리조트 인근의 렌털 숍이 리조트 안에서보다 20% 이상 싸다. 대신 장비의 질이나 관리 상태는 장담하지 못한다. 장비를 볼 줄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교통비도 은근한 부담이다. 그래서 자가용이 없는 젊은층은 경기도 스키장을 선호한다. 경기도 내 스키장 3곳(베어스타운.지산리조트.양지리조트)과 강원도 춘천의 강촌리조트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다른 리조트의 셔틀버스는 유료다. 4~5명씩 팀을 짤 수 있다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셔틀버스보다 싸다.

*** '시즌방'을 아십니까

스키시즌 동안 리조트 인근 마을에서 운영하는 민박, 이름하여 '시즌방'이다. 우리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스키장 숙박문화다. 리조트 내 숙박시설이 부족한 데다 비싸기 때문에 생겨났다. 10년쯤 전 스노보드 붐이 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시즌방엔 방 하나에 서너 명에서 30명까지 모여든다. 주로 돈이 없는 대학생들이다. 한 명에 30만~50만원 정도 갹출해 방을 빌려 집단으로 생활한다. 리조트에 가까울수록 방값이 비싸다. 최근 리조트 근처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 대부분이 시즌방 용이다. 이들은 스스로 '방돌이'라 부른다. 업계에선 3만명 내외로 추산한다.

이들 방돌이는 국내 스키장 문화를 선도해 왔다. 우선 방돌이의 절대 다수가 스노보더다. 국내 스노보더 열풍의 주인공들이다. 9월이면 일찌감치 시즌권을 사놓고 두 달 뒤 시즌에 대비한다. 슬로프에 나타나는 시간도 주말 스키어와 다르다. 슬로프를 연 직후부터 오전 10시쯤까지 신나게 놀다가 방에 돌아가서 한숨 자고 저녁에 다시 나오는 식이다.

시즌방도 못 구하면 리조트 인근 찜질방.주차장 노숙도 서슴지 않는다. '시즌방 껌'이란 것도 있다. 시즌방에 빌붙어 하룻밤을 자는 이들이다. 하룻밤 방값으로 1만원쯤 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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