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한약 이용한 암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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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으로 암을 치료한 사례가 국내 처음으로 국제적인 암학술지에 실렸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암센터(센터장 최원철 교수)는 최근 “신장에서 폐로 전이된 4기 진행암 환자 두 명에 대해 한약추출물인 ‘넥시아’로 치료한 결과, 암세포가 완전 소실됐다”며, “이 내용이 SCI급 국제 학술지인 ‘애널스 오브 앙콜로지(Annals of Oncology)’ 6월 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논문에 실린 첫 번째 환자(남·50)는 2006년 7월 신장암 진단을 받고 신장절제술을 받았지만 그해 11월 양쪽 폐에 다발성 전이가 발견됐다. 그는 12월부터 한방 단독요법으로 ‘넥시아’를 6개월간 복용했다. 현재 종양은 CT(컴퓨터 단층촬영) 소견상 완전 소실됐으며, 환자는 정상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재발 방지 목적으로만 넥시아를 복용하고 있다.

두 번째 환자는 2006년 9월 폐로 전이된 신장암 4기(남·47) 환자다. 신장절제술을 받았지만 암이 폐와 부신으로 전이돼 이듬해 7월부터 넥시아를 이용한 한방 단독 치료를 받았다. 역시 종양이 소실돼 현재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국제 암 전문학술지인 ‘애널스 오브 앙콜로지’는 유럽 암학회 공식 학술지로 옥스퍼드대 출판국에서 발행한다.

그동안 한방을 이용한 암 치료 사례는 약물의 표준화 및 품질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한방 치료제인 넥시아를 표준화하고, 이를 같은 암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해 동일한 결과를 얻어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암센터는 지난해 11월 진행암 장기생존자에 대한 임상 사례를 택솔(항암제)을 개발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프레드릭 연구소에서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정현식 교수(한방내과)는 “암에 관한 비임상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적은 있으나, 진행암 환자에 대한 한방 단독치료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혈액종양내과 2명, 한방내과 6명, 의학통계학 1명을 포함해 9명의 교수로 구성돼 있으며,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수경 교수는 현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파견 근무 중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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