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주도' 리펑 회고록 출간 무산

중앙일보

입력

1989년 6월4일 천안문(天安門)유혈사태를 주도한 리펑(李鵬ㆍ81) 전 중국 총리의 회고록 출간이 무산됐다.

홍콩 뉴센추리출판사(新世紀出版社)는 “관계 기관이 제공한 저작권 관련 조항과 홍콩의 저작권법에 따라‘리펑의 6ㆍ4일기’의 출간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뉴센추리측은 당초 22일 279쪽 분량으로 2만권을 출간할 예정이었다. 바오푸(鮑樸)대표는 6ㆍ4 천안문 사태 21주년을 앞두고 올 초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중국의 중재자를 통해 책의 원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고 전달자의 신변 안전을 위해 저작권 계약이 있다하더라도 내놓고 공식화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바오는 “책이 출간될 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려고 했는데 4일 추모일을 앞두고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중국 당국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홍콩의 시사잡지 개방(開放)의 차이융메이(蔡詠梅)편집장은“리펑은 6ㆍ4일기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이 21년 전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대한 무력진압을 지지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책이 출간되면 후ㆍ원 두 지도자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란 말이다. 리펑은 2004년부터 중국에서 이 책을 출간하려 했으나 중국 정치 지도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책에서 리펑은 천안문 강경진압 결정이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 주도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뉴센추리출판사는 지난해 5월 천안문 사태 당시 시위대 편에 섰다가 실각한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ㆍ2005년 사망)의 유고집‘개혁역정(改革歷程)’을 펴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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