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는 논리적 반박에 책임질 준비 되어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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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디지털국회 11월 베스트 논객으로 김경숙씨(아이디 kks1211.45.여)가 선정됐다. 첫 여성 베스트 논객이라는 의미도 있다. 김씨는 그간 디국에 360여개의 글을 올려 진보-보수간 토론을 촉발시켰다. 현재 대구에 살고 있는 관계로 e-메일 인터뷰로 대신한다. 김씨는 인터넷 중앙일보의 기사에 자주 댓글을 다는 김경숙씨(아이디 kksoyk) 와 동명이인이다.

▶ 11월 베스트논객 김경숙씨

-해외 경험이 많던데.

"파리6 대학 마리큐리대학 수학과 입학 허가를 받고 출국했다가 공부는 하지 않고 긴 해외생활을 하게 됐다. 중국의 광둥지역과 베이징, 홍콩, 파리에서 15년간 살았다. 방글라데시, 필리핀도 방문했다. 어릴적 경험한 한국의 모습을 같은 경제적 환경에 속한 중국과 비교했다. 중국의 피폐함과, 80년대 말 이후의 놀라운 발전상도 직접 봤다. 이를 통해 경제발전 시스템에 가져다 주는 인간의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을 경험했다."

-디지털 국회에 글쓰게 된 계기는?

"처음 디국에 글을 쓴 것은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 논란 때문. '치욕의 역사와 누드'라는 글을 썼다. 민족주의에 대한 광신이 한 인간의 상업적 태도를 이지메할 이유가 되는지 의문이었다. 그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여론의 전체주의적 접근에 분노했다. 치욕의 역사를 이용한 얄팍한 상업행위는 시장에서 판정받게 했어야 했다. 입만 뻥긋하면 민주주의를 말하는 한국인이 시장에 대한 믿음은 없다는 것에 놀랐다."

-왜 디국에 글을 쓰나?

"내가 배우고 경험한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었다. 난 모든 종류의 좌파를 다 본 셈이다. 민주주의란 결국 인간가치의 민주적인 발현을 촉발시켜준다고 믿는 하나의 정치적 실험일뿐이다. 실제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건 또다른 문제였다. 개별성에 대한 추구, 인권문제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교육과 생활의 윤택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시스템 속에서 말이다. 개혁은 현재진행이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캐치프레이즈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화혁명이든 프랑스 혁명이든 그 어느 혁명이라도 혁명이라는 이름은 피흘림을 가져온다. 시스템속의 어느 한편을 적으로 몰 수 밖에 없게 된다. 개혁의 정당성을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은 민주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가치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다. 경쟁을 통해 발휘된 인간의 개별성이 시스템의 이익을 최대로 하는 일이고 이 이익은 결국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향유하지 않겠나?"

-디국이나 인터넷 중앙일보 하루 서핑 시간은?

"환경에 순응하는 편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고 다시 외국으로 가야할지를 결정하지 못해서 현재 서핑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파리에 있을 때는 디국 폐인이었다. 식음을 전폐한..."

-디국에 글 하나 쓸 때 얼마나 걸리는지? 글 쓰면서 미심쩍은 것들에 대한 궁금증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지?

"나는 정치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자료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랜 해외생활 경험으로 큰 흐름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 나의 관심은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이다. 참여정부는 민의를 가장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오만한 정부이다. 그리고 조삼모사하는 매우 사악한 정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적 행동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전과 다르게 한국인은 민주주의에 대해 학습이 되어있지 않나? 경제발전이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가는 첩경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국같은 인터넷 토론방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디국은 사이버의 최고의 토론마당이다. 다른 사이버 게시판들에 비해 편향성이 없고 서로 다른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 개인들이 자기 생각들을 충분히 펼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모인 의견들이 실제 국회의 정책토론에 반영되거나 국민적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디국을 방문하는 일반 눈팅족이나 논객들의 수준이 대한민국의 오피니언 리더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이 또한 내가 디국을 매우 좋아하는 이유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에는 더러 여성비하적인 내용이 많다. 김경숙 씨가 쓴 글에 붙는 댓글에도 글의 내용과 관련없이 여성임을 꼬집는 발언이 많이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디국은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열등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긴 시간 내가 살아남은 이유랄까? 한편으론 사람냄새도 그렇게 맡아가는 것이 아닐런지..."

-어떻게 하면 인터넷 토론방이 인신공격과 무책임한 비아냥에서 한 단계 수준을 높여 생산적 토론의 장이 될 수 있을까?

"디국은 이미 그 많은 문제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해결했다고 본다. 수준높은 논객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다. 그들이 수준이하의 언어폭력에 노출되면 건전한 눈팅족들이 흥분해 꼬리글을 남기고 급기야 디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디국은 자신의 합리적인 사고를 표현하는 곳이고 그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하는 곳으로 이미 자리매김돼 있다. 지성이 부딪히는 곳이다. 운영자는 수적인 평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핵문제 같은 어렴풋한 국민적 관심에 대한 불꽃튀는 토론이 깊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여기서는 전문가로의 프리미엄 없이 모두가 아마추어이므로 더욱 편안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누군가가 전문가의 글을 퍼 올릴테니까..."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떤 글이 나쁜 글이던가?

"좋은 글은 글쓰는 이가 논리적인 반박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쌍방향문화에서 일방통행이란 아무런 재미도 주지 못한다. 지성들은 부딪히면서 더욱 날렵해질 것이고 어렴풋한 생각들이 서로의 반박들을 보면서 자신의 입장을 동글동글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쁜 글은 모씨가 조선일보 사설을 반박하는 자기의 칼럼에서 퍼 온 글과 같은 '무반응'한 글이다. 결국 글 자체의 좋고 나쁨 보다는 글쓴이가 자기 글에 얼마나 책임지고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표적 보수논객인데, 보수란 무엇인가?

"디지털 국회에서 내가 보수가 된 것은 상대성때문이지 결코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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