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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붕 ‘그린’으로 덮지 말고 ‘그린카’ 만들었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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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28면

경영 전반에 걸쳐 친환경 요소를 도입한 이른바 ‘녹색경영’이 대세다. 많은 기업이 탄소 규제에 대응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녹색경영은 업종과 국경을 초월해 거의 전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일반의 오해와 달리 이 거대한 흐름은 단순히 환경친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녹색’이라는 요소가 조직 전체에 흡수되고 내부화돼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야 하는 데 있다. 기업의 녹색혁신은 녹색의 시각에서 경영 전반을 조명하는 데서 시작된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⑧ 미국 자동차 빅3

빌 포드 주니어는 1999년 포드 회장에 취임하면서 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공장 재건축에 착수했다. 3만 평에 달하는 자동차 공장의 지붕을 잔디로 덮었다. 잔디 지붕은 새들을 불러모았고 빗물을 정화했다. 보온효과를 높여 공장의 냉·난방비도 크게 줄었다. 잔디 지붕은 포드의 환경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뿐이었다.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자동차산업은 제품 제조단계보다는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등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문제가 핵심 이슈다. 그러나 잔디지붕이 상징하듯 포드는 환경전략의 초점을 제조과정에 맞췄다. 자동차 운행과정에서 유발되는 더 심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으며 이것이 포드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반면 도요타는 자동차 운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97년 하이브리드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일찌감치 이 부문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올해 전기배터리와 내연기관을 병행해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2020년까지 전 모델을 하이브리드화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놓았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는 여전히 위태롭다. 한때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이들이 좌초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른 필연적인 매출 감소와 ‘유산비용(복지비용, 제1차 세계대전 후 전쟁 미망인이나 유자녀 등에 대한 지원비용에서 유래)’ 등 과다한 복지지출로 대표되는 고비용 구조,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거인의 몰락은 팔릴 만한 차를 만들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 등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그린카’ 개발에 매진하는 동안 GM 등은 다른 생각을 했다.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에너지 다소비 차종이 많이 팔린 종전 미국시장의 구조에 안주해 변화의 물결을 외면했다. 이 같은 안일이 결국 참담한 결과를 불러 왔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빅3의 수십 년에 걸친 전략적 의사결정 착오가 파국을 몰고 왔다”며 “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60년대 이미 몰락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지난날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치밀하게 반전을 준비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기후변화 및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범세계적 규제 흐름에 대응해 친환경 그린카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지원을 등에 업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BMW는 액화수소를 직접 주입해 운행하는 수소연료자동차(Hydrogen7)를 개발해 시험운행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여러 선택지 사이에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가 성립한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기도 한다. 문제는 녹색경영의 주요 요소들이 이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장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많은 경영현장에서 탄소배출량이나 에너지효율과 같은 녹색경영의 주요 요소들은 가격과 품질 등 전통적 가치에 밀려 희생되곤 했다. 그러나 이미 도래한 녹색경제는 기업에 중대한 태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빅3의 좌초는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녹색을 등한시한 기업에 어떤 미래가 닥칠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에 녹색을 통합
제품의 환경친화성이나 기업의 녹색경영 정도는 해당 기업의 평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랜 세월 세계적 명망을 유지해온 기업이라도 녹색 이슈로 순식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확고하고 일관된 녹색전략은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구원 투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에 오르는 코카콜라는 환경 등 사회적 책임 이슈와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도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쓰는 바람에 주민들의 농업용수가 고갈되고 사막화 현상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 공장에서 방출한 폐수에 식수가 오염되고 콜라 찌꺼기에서 독성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코카콜라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제품생산 과정에서 소비한 물의 양만큼을 자연에 되돌려 주겠다는 ‘물 중립(water-neutral)’을 선언하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이미지 전환을 모색했다.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혁신과 비용이 요구됐지만 문제 해결을 향한 발상의 전환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코카콜라 외에도 많은 기업이 적극적인 그린 전략을 천명하고 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발표한 경영계획에서 향후 5년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으로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및 물 소비량을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녹색경영 방침을 선포하고 녹색경영과 친환경제품 개발을 위해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감안할 때 녹색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주주와 종업원은 물론 투자자·규제기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활동을 알려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정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명확하고 호소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소통 전략의 부재는 때로 치명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조되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실패할 경우 브랜드 가치에 금이 가거나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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