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임기 끝나는 서남표, KAIST에 무슨 일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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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34면

KAIST 차기 총장 선임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총장 후보자 선임과정부터 이런저런 소리가 들린다. KAIST는 나름의 총장 선출방식이 있다. 먼저 교수협의회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후보감들을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추천한다. 후보선임위는 후보를 3명 이하로 압축해 이사회(이사장 정문술·전 미래산업 대표)에 올린다. 이사회는 이 가운데 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는다. 이렇게 선발한 총장은 마지막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총장 후보선임위는 7일과 14일 두 차례 열렸지만 후보자를 선임하지 못했다. 연임을 추구하는 서남표 총장을 후보자로 추천할지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후보선임위원회는 결국 후보자 선임을 포기한 채 이사회에 모든 것을 넘겼다. 15일 이사회가 열렸으나 이사회 역시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19명의 이사들은 7월 2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총장 선임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송상훈 칼럼

서 총장은 역대 KAIST 총장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2006년 7월 취임 이후 실행한 교육개혁은 파격적이었다.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 성적 부진 학생 등록금 징수, 100% 학부 영어 강의 실시, 일반계 고교생 150명의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선발 등은 KAIST 30년 역사를 흔들 만한 것이었다. 그는 교육개혁의 상징이 되었다. ‘서남표식 개혁’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은 서 총장의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특강을 청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가 됐다.

서 총장의 추진력은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에서도 발휘됐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지난해 KAIST 졸업식장에 모형을 설치해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타고 졸업식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서 총장이라면 당연히 후보자로 추천되고 이사회에서 으뜸 경쟁력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 됐을까. 개혁 대상으로서 감수해야 했던 괴로움 때문인지 모르지만 KAIST 교수와 학생들이 서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교수협의회가 투표를 거쳐 후보선임위에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서 총장은 없었다. 교수협의회보에는 서 총장의 ‘소통 없는 리더십’을 비판하는 글이 등장했다. 규정을 무시한 채 예산을 펀드에 투자해 19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교과부 감사결과를 담은 자료도 돌고 있다.

서 총장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나 모바일 하버는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두 사업은 실제로 정부기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경우 기술적·정책적 타당성과 경제성을 종합한 점수가 사업 시행 0.194, 미시행 0.806이었다. 시행 점수가 0.5 미만이면 사업의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2010년에서 2012년까지 국고 2000억원을 포함, 6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면서 2010년 예산이 150억원으로 깎였다. 학계는 물론이고 KAIST 교수들조차 서 총장의 과욕이었다는 평가를 서슴지 않는다. 물론 서 총장 측은 동의하지 않는다.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관계자는 “전기자동차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넣어 시간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원천기술을 개발했는데 투자도 하지 않고 상용화 가능성이 작다며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KAIST의 다른 교수는 서 총장이 모바일 시대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모바일 시대에 학교에 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Wi-Fi)을 구축하자고 했다가 예산이 든다며 거절당한 예를 들었다. 그는 울산과학기술대가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는데 KAIST가 이래서 되겠느냐며 한숨을 지었다.

서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반기가 개혁에 시달린 탓일 수도 있다. 교수들도 그런 비판을 받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의 주인이 돼야 할 교수와 학생들의 사기가 바닥이라면 학문적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개혁은 잘했지만 내부 화합 등에 부정적 측면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정문술 이사장을 포함한 KAIST 이사진은 서 총장의 임기(7월 13일) 이전에 차기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 KAIST 이사회가 대한민국 과학계의 앞날을 생각한 결정을 할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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