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던 나라에서 되갚는 국가로, 교육으로 보은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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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12면

7일 한국전쟁기념재단 발기인 대회에서 이홍구 전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왼쪽으로 백선엽(재단 이사장) 장군, 이수성 전 총리, 오른쪽은 조윤선 의원.

미국 4만677명, 영국 1257명, 터키 904명, 호주 342명….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전사(실종자 포함)한 해외 장병들의 나라별 숫자다. 3년간 21개국 194만 명이 참전했고, 이 가운데 4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6·25전쟁 발발 60주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해외 참전 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보답할 때가 왔다.

‘한국전쟁기념재단’ 21일 용산전쟁기념관서 출범

‘받았던 나라에서 되갚는 국가로, 교육으로 보은한다’는 슬로건으로 추진돼온 한국전쟁기념재단(이사장 백선엽) 창립식이 2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다. 고문인 이홍구·이수성 전 총리와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이기수 고려대 총장, 김인규 KBS 사장,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국제진료소장,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 배희숙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박영순 온누리약사복지회 회장(이상 재단 이사진) 등 지난 1년간 재단 설립에 힘을 모아온 인사들과 박희태 국회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한국전쟁 당시 1사단장으로 활약한 백선엽 (90·예비역 대장) 장군을 중심으로 설립되는 한국전쟁기념재단의 핵심 모토는 교육을 통한 보은이다. 한국의 자유를 위해 젊음과 소중한 생명을 희생한 이들에 대한 보은의 고리로 그들의 손자·녀를 선택한 것이다. 참전 용사 손자·녀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초·중·고 학생들에게 교육비나 생활비를 지원하고, 한국 유학에 필요한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적 능력과 리더십이 뛰어난 젊은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그들이 정치·경제 각 분야에서 향후 참전 국가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펼친다.

대한민국이 지난 60년간 국제 무대에서 도약하는 사이 각국의 참전 용사들은 전쟁의 상처와 후유증을 앓으며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53만여 명의 노병들이 생존해 있다. 참전 용사들은 자신이 청춘을 바친 대한민국에 한결같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윤선 의원은 “해외 출장 때마다 각국의 6·25 참전용사를 만났는데 한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어 놀랐다”며 “단순한 보은 행사나 지원보다는 그들의 2, 3세대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리더로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보다 미래지향적인, 값진 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전쟁기념재단 발기인 대회에서 백선엽 이사장은 “유엔의 깃발 아래 모인 16개국(5개국은 의료 지원) 젊은이들의 희생과 우리 장병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 1인치의 땅도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좀 나아졌으니 이제, 그들이 흘린 피와 땀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총리도 “한국은 의리의 나라라고 하는데, 우리만큼 국제사회에 빚을 많이 진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느냐”며 교육을 통한 보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단 측은 ‘국민 재단’을 설립하자는 뜻에서 일반인들의 성금도 모을 예정이다. KBS(1 TV)는 6·25 발발 60주년인 25일 오후 5시40분부터 70분간 특별 생방송 ‘대한민국의 약속’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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