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44년 만에 유엔 묘역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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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여러분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 입니다. 6월 18일 이명박’.

18일 오전 부산시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의 6·25전쟁 전사자 묘역을 참배한 이 대통령이 기념관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현직 대통령의 유엔 묘역 참배는 1966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 이후 44년 만이다. 이 대통령의 참배는 6·25 6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방문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장병들을 파병한 각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평화에 대한 메시지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보태세에 대한 경각심를 일깨우고, 평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은 이 대통령의 생각도 ‘44년 만의 참배’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부산 유엔묘지를 참배했다. 이 대통령이 관계자들과 함께 유엔기념공원에 들어서며 경례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 대통령은 결혼 2주일 만에 파병돼 6개월 후 22세의 나이로 전사한 터키 용사 무스타파 두즈균의 묘역을 먼저 찾았다. 두즈균 용사의 전사 이후 그의 부인이 이후 60년 동안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왔다는 사연도 이 대통령은 공원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남편 묘역을 보고 나면 슬픔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한국에 가지 못한다”는 이 부인을 위해 공원 측은 지난 4월 두즈균 용사 묘역에 있는 흙을 부인에게 보내줬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17세 때 두 살 위인 형의 이름으로 입대했다가 참전한, 그래서 최연소 전사자로 기록된 호주 출신 돈트 일병의 묘역도 찾았다. 이 대통령의 유엔기념공원 방문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 공원에 유해가 안장돼 있는 10개국의 대사와 무관들도 동행했다. 6·25 60주년 기념사업회 백선엽 고문과 이홍구 공동위원장(중앙일보 고문), 김양 국가보훈처장 등도 참석했다.

기념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말이 쉽지, 남의 나라에 와서 목숨을 바치는 게 쉽겠나.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 모르고 왔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유엔 총회에서 지명한 세계 유일의 유엔 기념묘지로 1951년 조성됐다. 6·25전쟁 참전 용사 가운데 한국군 전사자 36명을 포함한 11개국 2300명의 전사자 유해가 안장돼 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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