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부총리 추대세력이 후보사퇴 종용" 김영환 '외압說' 폭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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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이 '외압설'로 삐걱대고 있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金榮煥)의원이 2일 기자회견을 자청, "지난 1일 배기선(裵基善)의원이 내 선거대책본부장을 만나 후보 사퇴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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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의원은 "(裵의원이)경기지사 후보로 진념(陳稔)경제부총리 영입이 확실해졌고, 그를 합의추대하려 한다는 말도 했다"고 밝히고, "후보 사퇴요구는 국민경선 원칙에 어긋나고 정치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金의원은 일주일 전쯤 이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인제(李仁濟)고문이 주장한 '음모설'과 맞물려 파문이 증폭될 것을 우려해 미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렇지만 당선 가능성만 따져 특정인을 영입하고, 후보를 사퇴시키면서까지 합의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당 안팎에서 "국민경선 절차와 상향식 공천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를 기획·추진한 세력이 누구냐도 논란거리다. 陳부총리의 영입창구인 이강래(李康來)지방선거기획단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陳부총리가 출마하면 필승한다는 결론을 얻은 뒤 陳부총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출마를 공식 제안한 것도,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사퇴 압력을 넣은 것으로 지목된 裵의원도 "(경기)지구당위원장들이 陳부총리가 출마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 차원에서 陳부총리 추대를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권유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과연 당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金의원측에서는 "경제정책 총수인 陳부총리가 사퇴하면 개각 요인이 생기는데 대통령의 재가 없이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의중)'개입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서울시장·경기지사·일부 호남지역 단체장 후보로 특정인을 내세우고 싶다며 대통령의 승낙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또 "나중에 대통령에게 얘기했더니 '뭣하러 나에게 보고하느냐'고 하더라"는 말도 했다. 청와대가 정치·후보경선 불개입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그같은 건의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陳부총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보를 공식 제의받은 바 없고, 출마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지사 경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자 경기도지부(지부장 文喜相)는 "경선 실시 방침엔 변화가 없다"는 성명을 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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