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05 '가계빚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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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2년 절정을 이뤘던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내년에 집중적으로 돌아오면서 대출금 상환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2~3년 전 대출은 집값의 80~90% 수준까지 한도껏 받으면서 만기는 3년 미만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은행들이 소비 부진에 대비해 부실채권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금액을 줄이고 만기연장 금리를 올리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소득 가운데 상당액을 주택구입 자금 상환에 쓰는 서민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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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얼마나 돌아오나=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2조4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0.4%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많은 가구의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2년 연속 40조원대의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내년에는 규모가 4조원이나 늘어난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도 크게 늘어나 가계부채 대비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35%를 돌파했다. 지난 9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165조7000억원으로 가계부채 465조2000억원 중 35.6%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올 9월까지 17조6000억원을 기록한 가계부채 증가액 중에서도 75.6%에 달하는 13조3000억원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어 내년 이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환.만기연장 잘 돼가나=정부는 크게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분산하기 위해 지난해 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을 도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50% 확대키로 했다.

또 금융감독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하지 않도록 시중은행에 무리한 대출을 자제하고 단기를 장기로 전환해주도록 독려 중이다. 시중은행들도 대출금 상환에 따른 채권 부실화를 막기 위해 무리한 대출금 회수는 피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만기연장 조건을 올해보다 한층 강화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국민.우리.신한 등 시중은행은 지난해 10월 40~60% 이하로 강화된 주택가격 대비 담보비율(LTV)을 내년 만기연장 때 엄격하게 적용하고 담보가격 변화에 따라 금리도 올릴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지는 지역이나 연체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이미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빌라.연립주택이 문제=내년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아파트보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빌라.연립주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빌라.연립주택 담보 대출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대출이 막힌 금융권에서 보험사와 카드사까지 가계대출에 뛰어들면서 담보가치가 약한 주택에도 대출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이들 주택 소유자 가운데는 서민이 많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 10월 전국 18개 도시 3445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소득 150만원 미만 가구는 월소득 대비 주택구입에 따른 월상환액 비율이 지난해 29.7%에서 40.4%로 크게 늘어났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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