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기지도 반환 … 지역 숙원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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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미 양국이 29일 서명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은 그동안 집단민원이 끊이지 않던 도심지 미군기지를 반환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미군에 공여된 토지의 절반이 넘는 4천여만평을 반환키로 했는데, 이 중 3천5백여만평이 사유지(私有地)여서 토지소유주들의 민원 해소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반환 의미=현재 주한미군은 기지·훈련장·탄약고 등으로 모두 93개소 7천4백45만평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군기지는 전국에 산재돼 효율적인 지휘통제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30~40년 이상 지난 노후시설이 대부분이어서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재산권 침해 문제까지 얽혀 반미감정을 촉발하자 한·미 양국은 LPP를 추진, 이번에 협정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고질적인 민원이 해소되고 지역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군의 주둔환경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숙원사업 해결=지난해 11월 한·미가 LPP 의향서를 교환할 때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도심지 미군기지가 반환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춘천 캠프 페이지, 부평 캠프 마켓, 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이 그곳이다.

이 기지들은 도심에 위치해 도시를 '기형적'으로 만들면서 소음공해 등 각종 민원을 야기해 지역주민들이 끊임없이 이전을 요구했으나,미군측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반미감정을 촉발시키지 않으면서 LPP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심지 기지를 반환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해 결국 미군측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 부산시는 캠프 하야리아가 이전하면 관공서와 아파트단지를 건설하고, 일부엔 도심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인천시는 캠프 마켓 부지 14만5천평 중 9만평에 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토지엔 학교·도서관 등을 건립키로 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미측에 공여할 토지 중 의정부 지역의 경우 국방부 부담으로 의정부 교도소를 이전하고 그 부지를 인수해 미측에 제공하는 등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LPP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향후 절차=기지 반환 등은 아리랑택시 부지가 올해 안에 반환되는 것을 시작으로 10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준비작업과 부지 매입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실제로 기지반환이 본격화하는 시점은 200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조3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 중 한국측이 부담키로 한 1조4천9백억원은 우리가 이전을 요구한 9개 기지 대체시설비(1조1천6백억원)와 토지 매입비(2천4백억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환되는 토지 중 국유지를 매각하면 예산의 추가부담 없이 충분히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이번 반환 대상에는 그동안 많은 민원을 야기했던 화성의 매향리 사격장(7백60만평)과 파주의 스토리 사격장, 연평훈련장 등이 제외돼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LPP 협정에 명문화하겠다고 한 '환경오염 원상복구 의무'와 '용산기지 이전' 문제도 누락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반환 1년 전까지는 기지의 환경오염을 조사해 미군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미측이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집해 결국 명문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군측에 제공할 토지 1백54만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와의 협의 및 토지 매입·수용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기지확장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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