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현물만 고집 곡물시장서 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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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0년래 가장 곡물값이 싸고 안정적인 이때 선물시장을 잡아라'.

미국 시카고 웨스트 잭슨가 141번지에 있는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가 올들어 부쩍 붐비고 있다. 세계 곡물거래의 중심지인 이곳에서는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콩과 옥수수의 대부분, 밀의 경우 절반 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CBOT와 주변 건물에 입주한 전세계 2백여 곡물 수입·거래 업체들은 요즘 '쌀 때 바잉파워(구매자 권리)'를 잡는다는 계산 아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CBOT 40층에 사무실을 둔 제일제당도 예외는 아니다.

고창수(41·사진)지사장은 "한국은 한해 1천6백만t 가량의 곡물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현물거래만 고집해 곡물 메이저로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쓰비시와 마루베니 등 10여 종합상사들이 CBOT 회원으로 가입해 곡물가격 정보를 매일 받고 곡물거래 인수 조건 등도 수출업체와 협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업체들은 현물시장에서의 공개입찰에 의존하다 보니 값이 갑자기 뛰거나 내리는 데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출근과 함께 곡물 시세를 파악하고, 각종 여건을 종합해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며 곡물을 계약하는 일이 그의 주업무다.

이를 위해 파생상품 전문가·선물중개인·애널리스트 등과 교류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그의 판단과 계약으로 제일제당은 매년 5억달러 가량의 원당과 옥수수 등을 선물거래로 들여온다.

그는 "서울에서 아무리 밤새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입수해도 현장보다는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카고=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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