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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와 ‘녹색 새마을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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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텃밭 열기가 뜨겁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선 푸드닝(food+gardening, 도시농업)이라는 신조어가 인기다. 도시농업은 아파트 주변의 자투리땅이나 베란다, 단독주택의 옥상이나 마당 빈 공간, 거리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화분이나 스티로폼, 와인상자를 이용해 파를 심고 배추를 심는가 하면, 심지어는 버려지는 종이컵까지도 새싹을 키우는 오브제가 된다.

시작은 소박한 소시민적 발상과 필요에 의해서였다. “우리 집 먹을거리는 우리가 직접 챙긴다”는 GIY(grow it yourself) 정신이다. 도심 주부들이 취미로 일구던 텃밭이었다. 그러던 것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지금은 서울에만도 수십만 ‘꾼’들이 움직인다. 미국·영국·독일·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텃밭은 ‘도시의 희망 아이콘’이 되고 있다. 기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소통의 즐거움이 있는 삼락(三樂)을 제공한다. 특히 옥상 텃밭은 가능성이 무한대다. 싱싱한 먹을거리 조달은 최단거리다. 1만㎞ 이상을 달려온 수입 농산물과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비교된다. 옥상 텃밭만 잘 활용해도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의 불명예를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텃밭은 원래 우리의 생활공간이었다. 어딜 가더라도 담벼락 밑에 호박넝쿨을 올렸고 뒤뜰에서 바로 따 온 고추나 오이만 있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40년 전이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골목길은 포장되고 도시는 온통 시멘트 숲의 회색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녹색을 회복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아스팔트 공간에 텃밭 가꾸기는 제2의 녹색 새마을운동이 될 것이다.

신동헌 도시농업포럼 공동대표